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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하면서 사실상 당 대표직에서 해임된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은 없다”라고 단언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려울 지경이다.
마치 바른미래당에서 쿠데타를 일으켰던 유승민 전 의원이 “나가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던 그 모습을 닮은 탓이다.
사실 그때에도 '유승민계 탈당'은 정치권에서 '늘 나오지만, 가능성은 희박한 이야기'라는 의견이 많았다. 자금 등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당시 그들이 당권찬탈에 실패할 경우, 자유한국당과 ‘통합 협상용 창구’로 이용하기 위해 ‘보수’라는 이름을 붙인 신당을 만들 것이라고 확언했다.
아니나 다를까. 바른정당계 출신 유승민 등 8명의 의원은 당권찬탈에 실패하자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하겠다”라며 결국 바른미래당을 공식 탈당했다.
그 간판으로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게 아니다. 단지 제1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과 통합 협상을 위한 신당에 불과했다.
실제로 유승민은 당시 “자유한국당과 통합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지만, 창당 후 불과 2시간 정도가 지날 무렵에 한국당과 통합 협상에 나섰다. 그리고 협상이 끝나자마자 새로운보수당은 곧 문을 닫았다. 아마도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사라진 정당’이라는 오명을 남겼을 것이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 때 신당 창당으로 인해 짭짤한 재미를 보았고, 그 유혹을 쉽게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유승민 쿠데타에 합류한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국일보> 기자에게 자신들이 손학규 대표 퇴진에 올인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가운데 “맨몸으로 (자유한국당에) 들어갔다간 공천은 꿈도 못 꾼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개별적으로 한국당에 들어갔다가는 공천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당권을 장악해 자신들의 몸값을 올린 뒤 한국당과 협상해 공천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복당하겠다는 추악한 의도를 무심코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가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끝내 당권을 넘겨주지 않자 그들은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한 후 곧바로 보수통합을 명분으로 한국당과 통합 협상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탈당과 창당은 통합과정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다.
그런 그들의 계략은 성공적이었다.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일각에서는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위해 약간의 판을 깔아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당 전통지지 텃밭인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의원들의 지역구를 서울 강북권 등 격전지로 옮기는 조건으로 다른 5명의 지역구 의원들에 대해선 공천을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즉 대구의 유승민, 서울 서초구의 이혜훈 의원을 수도권 격전지로 지역구를 옮기는 것을 전제로 복당을 받아주자는 주장이다. 나경원은 통합 후에 유승민 의원에게 서울 특정 지역구에 전략공천 해주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새보수당 출신 의원 가운데 유승민과 이혜훈을 제외한 의원들이 전원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공천을 받았고, 거기에다가 덤으로 유승민 의원이 영입한 원외 인사인 김웅 의원까지 강남권에서 공천을 받아냈다.
그런 달콤한 기억이 있기에 그들은 또 그런 과정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란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그들은 한가지 간과한 게 있다.
바른미래당에서 그들이 벌인 행위가 유승민 일파를 받아들이면 당이 망한다는 학습효과를 남겼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유승민 일파가 함께한 바른정당은 유승민의 독선적인 태도에 실망한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으로 망했고, 바른미래당 역시 당권에 대한 그들의 탐욕 때문에 망했다. 지금의 국민의힘 역시 이준석 사태에서 드러났듯 당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그들 일파의 욕심으로 당이 혼란에 빠졌다.
그걸 당원들이 익히 보았고 알기에 그들이 총선 직전에 탈당하고 통합협상용 신당을 만들더라도 당원들의 반대로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알아서 하시라.
가장 좋은 방법은 그동안의 ’보수분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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