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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당 대표 후보의 당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권을 자신의 대권 디딤돌로 삼으려는 한 후보에 대한 TK(대구·경북) 지역 수장들의 반감 탓이다.
TK 지역은 여당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국민의힘 당원들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다. 이 지역 민심을 얻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당 대표로 선출되기 어렵다. TK 지역 민심과 같은 흐름을 보이는 PK 지역 당원 비율도 20%가 넘는다.
전당대회 룰은 당원 80%의 투표에 일반 여론조사 20%를 반영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여론조사에서는 한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분위기가 이어지더라도 실제 투표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한동훈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양상을 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에 등판하지 않은 것은 그런 시스템 때문에 자신이 당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동훈 대세론은 다를까?
그가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를 얻는다는 점에서 야당 지지층의 지지를 받았던 유승민과는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당원들이 아니라는 점에선 별반 차이가 없다. 여론조사는 특별히 영남권 지역 당원 비율이 높다고 해서 그 지역 민심을 더 많이 반영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실제 투표 결과와는 판이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동훈 후보는 지금 영남권, 특히 TK 지역 수장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분위기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동훈 후보와의 면담을 거절한 데 이어, 이철우 경북지사 역시 사실상 그와 만남을 거부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한동훈 후보를 '비토'하는 영남권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 아니겠는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역 표심에 매우 민감하다. 그 민심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가 없다.
홍준표 지사와 이철우 지사는 그런 지역 민심을 읽고 한동훈 후보와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라면, 40%의 TK 당심이 한동훈 후보에게 있지 않다는 의미다.
한때 ‘어대한’이라며 그의 압도적 당선을 예상했었는데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됐는가.
아마도 그의 대권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는 총선 패배 이후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 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더 큰 책임’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가 말하는 ‘더 큰 책임’이란 총선에서 참패한 당을 바로 세워 2026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패장의 빠른 복귀’에 대한 비난 여론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와 주변인들은 지방선거 전인 내년 9월쯤에 일찌감치 당 대표직을 내팽개칠 수도 있다는 뜻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당권 대권 분리규정에 따라 당 대표는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6개월 전에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데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 대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선거 승리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지방선거를 남겨두고 단 한 번의 선거조차 치르지 않고 자신의 대권 꿈을 위해 당 대표직을 물러난다면 그건 옳은 길이 아니다.
홍 시장이나 이 지사가 한동훈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은 이에 대한 당원들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탓 아니겠는가.
그런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당권을 대권의 디딤돌로 여기고 있다는 점은 원희룡 후보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그는 임기 중 중도 하차 가능성을 열어 놓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한동훈에게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당 대표가 되면 임기를 끝까지 마칠 것인지 물었으나 아직도 답변이 없다. 그건 자신의 대권야욕을 이루기 위해 중도에 대표직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면 원희룡 후보는 어찌할 것인가. 한동훈과 같은 길을 가겠는가. 아니면 그와는 다른 선택, 즉 당 대표가 되면 ‘선당후사’를 위해 임기를 마치겠다는 약속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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