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과 유승민의 신경전을 보며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5-21 14: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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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정부의 '해외직구 금지' 발표가 나흘 만에 대통령실의 사과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둘러싼 여권 잠룡 간에 신경전이 이어졌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이 문제를 놓고 21일 새벽까지 장외 설전을 벌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편이냐 생본이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부의 해외직구 금지 방침에 대해 찬성하며, 이를 비판하는 여권 인사에 대해선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먼저 "안전과 기업 보호는 직구 이용자들의 일부 불편을 감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후자가 편-불편의 문제라면 전자는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함께 세심하게 명찰추호(明察秋毫, '사리가 분명해 극히 작은 일까지도 미뤄 알 수 있다'는 의미의 고사성어)해야 할 때 마치 정부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지적한 것.


물론 오 시장은 그 여당 중진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고나 할까, 유승민 전 의원이 발끈했다.


앞서 유승민 전 의원은 "KC 인증이 없는 80개 제품에 대해 해외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물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나 나경원 당선인, 안철수 의원 등도 이에 대해 검토를 촉구하는 등 다소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하긴 했으나 유승민 전 의원처럼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식의 거친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 안팎에선 오 시장의 비판은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발끈한 유 전 의원은 같은 날 본인 SNS에 "오세훈 시장의 뜬금없는 뒷북에 한마디 한다"며 "국내기업 보호를 위해 소비자들이 계속 피해를 봐야 한다는 오 시장의 논리는 개발연대에나 듣던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대통령실을 거론한 뒤 “그들을 향해 말할 배짱도 없느냐”라고 공세를 취했다.


이에 오 시장은 이날 다시 글을 올려 "여당의 건설적인 비판은 꼭 필요하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며, "그러나 '여당 내 야당'이 돼야지 '야당보다 더한 여당'은 자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당 의원이라면 페이스북보다 정부에 대안을 제시하고 일을 발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게 우선 아니겠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맞다. 오세훈 시장도 종종 정부 정책을 향해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했지만, 그 표현이 유승민 전 의원처럼 거칠지는 않았다. 서울시에서 벌이는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완곡하게 비판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로 인해 오 시장의 발언이 언론에서 크게 취급되지 않았으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자신을 돋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정부가 나아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같은 문제를 두고 비판하더라도 그 처신과 방식에 따라 약(藥)이 될 수도 있고 독(毒)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을 향한 유승민 전 의원의 비판은 다분히 악의적이다. 적대적인 표현조차 서슴지 않는다.


물론 그런 포지션을 취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유 전 의원은 당내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물론, 보수성향의 지지자들조차 그를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당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선 상당히 높은 지지를 받는다. 민주당 지지층 등 야당 지지층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어쩌면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을 향한 그의 독설은 그런 야당 지지층의 지지를 등에 업기 위한 얄팍한 전략일지도 모른다. 오 시장이 “처신이 아쉽다”라고 지적한 것은 그런 연유다. 여기에 토를 다는 게 더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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