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횡사’냐, 탈당이냐, 선택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2-21 1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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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뜻밖의 사고로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는다는 뜻의 비명횡사(非命橫死)라는 단어가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지칭하는 단어가 됐다.


의원 평가 하위권에 비명(非明·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다수 포함된 것은 사실상 ‘비명계 죽이기’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민주당 공천에 대해 ‘막가파 공천’ ‘비선공천’ ‘밀실공천’ ‘친명횡재’ ‘자객공천’이라 비아냥거림이 쏟아져 나온다.


실제로 ‘현역 하위 20%’ 의원들은 대부분이 비명계 의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당헌 100조는 ‘하위 10%’ 평가자는 경선 전체 득표에서 30% 감산, ‘하위 10~20%’ 평가자는 전체 득표에서 20%를 감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의 ‘컷오프’(공천배제)와 다름없는 조치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5선 중진 안민석 의원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비명계에서는 “한두 명 친명 쪽 인사가 포함됐으면 공정한 평가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비명계 박용진 의원이 하위 10%에 들어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가에 대한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박용진을 떨어뜨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내가 볼 때 박용진은 민주당 의원 중 상위 5%에 들어간다"라며 “이 당이 실성했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이재명 대표가 꼴찌, 하위 1%다. 이 대표는 입법 성과도 없고 맨날 단식하고 맨날 법정 갔는데 어떻게 출석하냐?"라고 꼬집었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제가 배운 정치학 지식으로는 (민주당 공천은) ‘공(公)’ 자도 붙이기 어렵다”라며 “엿장수 마음대로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박용진 의원의 하위 10% 평가에 대해선 “박용진 의원 지역구도 누군가를 보내기로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박 의원은 하위 20%에 들어갔다. 흔히 이재명 대표와 사이가 안 좋은 분들 지역구에 (친명 인사들이)다 포함됐다”라며 “누가 봐도 박용진 의원은 의정활동을 잘했는데, 하위 10%에 포함되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지금 민주당 비명계는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폭발 일보 직전이다.


비명계는 21일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천논란에 대해 공식 문제 제기하기로 했다.


앞서 전날 오후 1시 반부터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계 좌장격인 홍영표 의원의 의원회관 1004호 사무실은 비명계 의원들로 붐볐다.


당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하위 20% 통보를 받았다고 스스로 밝힌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을 시작으로 전해철(경기 안산 상록갑), 윤영찬(경기 성남 중원), 박영순(대전 대덕), 설훈(경기 부천을), 송갑석(광주 서갑)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이 줄줄이 들어갔다.


이들이 집단 탈당하는 상황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공천 잡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당 원로들도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측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김 전 총리는 오늘 임채정·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과 최근 이 대표의 불공정한 공천에 대한 강력한 유감 표시와 공정한 공천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세균 전 총리는 미국에 계셔서 참석은 못 하지만 뜻을 같이하신다고 동의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제동장치 없이 ‘사천’이라는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한 민주당에서 ‘공정 공천’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은 사실상 ‘0%’다.


이제 비명계 의원들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됐다.


윤영찬 의원처럼 탈당의 기회를 놓치고 남아 있다가 사실상 컷오프되는 멍청한 선택을 한다면 정치생명은 그날로 끝이다.


이재명 당에 불과한 ‘가짜 민주당’에서 앉아서 ‘비명횡사’ 당하느냐, 아니면 용기 있게 뛰쳐나가 ‘진짜 민주당’을 만드는 대열에 합류하느냐, 지금 결단해야 한다.


불공정한 경선에 참여했다가는 탈당의 기회마저 잃게 된다. 이낙연 대표가 제3지대에서 ‘새로운미래’를 창당하고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은 ‘야당 교체’다. 온갖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에도 당권을 움켜쥐고 있는 ‘이재명 당’을 제1야당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그대들이 만든 정당이 제1야당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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