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이 ‘혁신’이라는 김은경, 희망 없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7-18 1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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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모든 조직이 혁신을 부르짖는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송영길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코인’ 사건 등 온갖 악재가 불거져 나온 더불어민주당이 ‘혁신(革新)’을 부르짖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김은경 체제의 혁신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


그러면 ‘혁신’이란 대체 무엇일까?


혁신이라는 단어는 가죽 혁(革)에 새로울 신(新)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죽을 벗겨서 새롭게 한다는 의미로 그만큼 고통스럽고 어려운 작업이다.


영어로 보면 혁신(innovation)은 ‘안에서 밖으로’를 뜻하는 in과 새롭다는 뜻의 nova가 결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속부터 시작해서 보이는 겉까지 달라진다는 의미다.


그런 차원에서 혁신은 고쳐서 착해진다는 뜻을 가진 개선(改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개선은 고친다고 해도 여전히 고치기 전과 다른 것으로 인식되지 않지만, 혁신은 완전히 다른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민주당의 혁신은 과거의 민주당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민주당이 탄생 됨을 의미하는 것이니만큼, 혁신위에서 그런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태도를 볼 때, 그런 기대는 이미 물 건너간 것 같다.


계파 갈등을 해소하고 당을 쇄신하기 위해 꾸려진 혁신위원회가 오히려 계파 갈등 한가운데에 들어선 모양새다.


실제로 당내 친낙계 뿐만 아니라 비명계에서도 “혁신위가 친명계만 대변한다”며 부글부글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혁신위가 출범할 때부터 멤버 구성을 두고 ‘친명 일색’이란 지적이 나왔던 만큼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김은경 위원장은 너무 노골적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분열은 혁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김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오해”라고 하지만, 아무도 그의 변명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김 위원장을 향한 질타가 쏟아져 나왔다.


5선 중진인 설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위가 출범한 이후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건 참신한 혁신 의제가 아니라 다른 목소리들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옐로 카드’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쓴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특정인을 지목해 모욕적인 언사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혁신이라면 김은경 혁신위는 재정비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상민 의원도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편파적으로 혁신위를 이끌고 있다며 “공정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혁신위원회가 사실상 ‘이재명 지킴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져나오는 이유다.


혁신의 방향도 잘못 설정됐다.


김은경식 혁신은 ‘통합’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만나 어깨동무를 하면 지지자들이 모두 단합할 것이라며 ‘단합’을 강조했다.


이게 과연 혁신인가. 온갖 범죄 혐의가 있는 당 대표를 위해 이낙연 전 총리가 그와 어깨동무를 하고 단합하는 것이 혁신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가. 그게 가죽을 벗기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어려운 과정이고, 그게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 과정이라면 그런 민주당은 기대할 게 없다.


혁신은 그런 게 아니다. 혁신이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민주당은 이전의 민주당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야 한다. ‘처럼회’와 같은 이해찬키즈는 물론 586 운동권세력들을 모두 털어내는, 즉 가죽을 벗겨 내는 아픔 없이는 안 된다. 이른바 ‘개딸들’과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


경고하거니와 그런 사람들까지 모두 끌어안는 ‘통합’이 김은경식 혁신이라면 민주당은 내년 4월 총선은 물론 차기 대선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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