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재명, ‘대선 패배’ 누구 탓이냐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2-07 14: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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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최근 예방한 자리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딴 ‘명문정당’이라는 말이 나온 모양이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이재명과 문재인의 당’이라는 것이다.


물론 친명계와 친문계의 단합을 강조하기 만든 조어이겠지만 사실 그 단어 자체가 웃기는 짓이다.


정통 민주당은 누가 뭐래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정당이다. 감히 문재인이나 이재명 따위가 자신의 이름을 불일 수 있는 그런 정당이 아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설사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민주당 모습이 과연 친문과 친명이 함께 하는 정당이 맞는지조차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재명 당 대표가 임명한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을 제공한 분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라며 노골적으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친문계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흘러가듯이 한 말이 아니다. 1차 경선 지역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천관리위원장이 작심한 듯 공개적으로 꺼낸 말이다. 앞서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취지 발언한 후 2주 만에 또 한 번 더 언급한 것이어서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직접 임명한 공관위원장이 이 대표의 생각과 다른 말을 할 리 만무하다. 따라서 그 발언에는 이 대표의 의중이 담겨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짜고 치는 고스톱’인 셈이다.


이재명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겉으로는 친문계에 ‘손을 내미는 척’하고,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뒤에서 친문계의 뒤통수를 치면서 불출마를 압박하거나 험지로 내모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말이다.


총선 이후에는 차기 당권과 대권을 놓고 이재명 대표와 친문계가 당내에서 한판 승부수를 펼칠 수밖에 없으니 그런 전략을 구사하고 있을 게다.


그런데 ‘대선 패배 책임론’을 친문 몰아내기 명분으로 삼은 것은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은 6공화국 출범 후 유일하게 재집권에 성공하지 못하고 5년 만에 정권을 넘긴 무능한 대통령이다. 문재인 정권이 얼마나 국정 운영을 잘못했으면 그런 일이 벌어졌겠는가. 따라서 임종석, 노영민 등 친문계 인사들의 책임론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보다 더 큰 책임이 대선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직접 나선 이재명 대표에게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보다 더 큰 책임을 지는 일은 정당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도 이재명 대선 후보는 흠결이 많아도 너무나 많았던 후보 아닌가.


실제로 당시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온갖 혐의가 하루걸러 하나씩 터져 나오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더 일찍 그런 의혹이 불거졌으면 그가 야당의 대선후보로 당선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사실이 알려진 후 마지막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당시 경쟁자였던 이낙연 후보에게 압도적인 차이로 패했었다. 만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이 아니라 이낙연이 나섰더라면 지금의 윤석열 정권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친명 인사가 친문 인사들을 겨냥해 ‘대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으니 얼마나 황당한 노릇인가.


이건 친문과 친명 갈등의 전초전에 불과하다.


당의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평가에서 하위 20%를 기록한 현역 의원들에게 해당 사실이 설 연휴 이후 통보되면 양측 갈등이 폭발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하위 평가 통보를 받으면 실질적으로 컷오프(공천 배제) 수준의 감점을 받는 셈인데, 이 명단에 친문 인사들이 다수 포함될 경우 그들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겠는가. 당은 상당한 후폭풍에 휩싸일 것이고, 민주당은 총선 이후에 산산 조각날 수도 있다. 이재명 같은 사람을 당 대표로 뽑은 대가이니 누구를 원망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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