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또 당원 투표 ‘꼼수’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2-01 14: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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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4·10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방식을 확정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고, ‘이재명다운 발상’이기에 이런 소식이 하나도 놀랍지 않다.


지금 민주당에선 개딸(개혁의딸) 등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이 당원 주류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야당의 선거제 개편안 최종 당론을 ‘전 당원 투표’로 정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이재명 뜻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개딸들의 손에 맡기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당심의 경우 민주당이 단독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공천할 수 있는 ‘병립형’에 대한 선호도가 우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앞서 이 대표가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냐.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라며 병립형 회귀를 바라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것과 무관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친명(친이재명) 지도부인 정청래 최고위원 역시 최근 소속의원 단체대화방에서 병립형 회귀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전 당원 투표에 부쳐 당론을 결정하자고 제안했으며, 다른 친명계 의원들도 속속 찬성 의견을 밝히고 있다.


특히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런 의견에 열렬히 호응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당원 투표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불 보듯 뻔하다. 한마디로 당원 투표라는 요식행위는 정치 쇼에 불과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왜 이런 ‘정치쇼’를 벌이는 것일까?


이재명 대표는 그동안 선거제 개편안 방향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현재 이 대표의 속내는 당 대표가 전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병립형 회귀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래야 자신이 지역구 출마 대신 손쉽게 금배지를 다는 비례대표 출마 쪽으로 선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병립형 회귀에 대한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탄희, 김두관, 김상희, 강민정, 이용선, 이학영, 민병덕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병립형은 퇴보이며 소탐대실”이라고 비난하면서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이재명 대표를 압박했다. 여기에는 민주당 소속의원 가운데 무려 80명이 연명했다.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는 극단적 생각은 민주당의 길이 아니다”라고 이 대표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상태에서 이재명 대표가 뜻을 관철하기 위해 병립형 회귀를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추가 탈당 행렬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 3인방의 탈당 후 신당 창당 작업으로 민주당 내부가 혼란스러운 마당이다. 게다가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마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병립형 회귀’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방식을 확정하겠다는 걸 보면,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접은 건 아니었다.


단지 병립형 회귀가 당 대표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마치 당원들의 결정에 따르는 것처럼 포장하는 요식행위가 필요했을 뿐이다.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정치 쇼’가 분명하다.


앞서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에도 “위성 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라는 약속을 뒤집기 위해 ‘전당 투표’에 붙이는 수법을 사용한 바 있다. 민주당에서 당 지도부에 쏟아질 비판을 당원들에게 떠넘기면서도 지도부의 의중대로 하고 싶을 때 흔히 사용되는 수법이 바로 ‘전 당원 투표’다.


아니나 다를까. 당시 전 당원 투표에서 74.1%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민주당은 위성 정당 창당의 길을 열었었다.


이번 전 당원 투표 역시 다르지 않다.


당원 주류 세력으로 자리 잡은 개딸들은 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철저하게 따를 것이고, 그 결과 역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냐”라는 이 대표의 생각과 일치할 게 불 보듯 뻔하다.


한마디로 ‘병립형 회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올 것이란 말이다. 그래서 전 당원 투표는 ‘이재명다운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전 당원 투표’라는 상투적 수법까지 동원하는 걸 보니 그의 ‘정치 운’도 이제 그 생명을 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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