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나선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윤상현 의원이 모두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일제히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경원은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그간의 행보와 발언으로 나경원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유추해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 불출마선언으로 갈 곳을 잃어버린 나경원 지지 표심은 어디로 갈까?

일단 이른바 ‘윤핵관’ 중에서도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김장연대’를 결성한 김기현 의원은 나경원 지지자들이 힘을 실어줄 대상은 아니다.

나경원과 김기현의 연대는 친윤계의 ‘나경원 때리기’로 인한 반감을 먼저 극복해야 가능한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도 불출마 선언문에서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라며 친윤계의 ‘윤심 후보 만들기’를 꼬집었다. 전날 오찬에서도 “김기현 의원이 자택 앞에서 뻗치기(무작정 기다리기)를 할 텐데”라는 한 참석자의 농담에 “집에 못 들어가겠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의원이 26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뿌리를 같이하는 사람이 서로 마음 맞추기 좋을 것”이라며 나경원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냈으나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구나 나경원은 이른바 ‘윤-안연대’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윤-안 연대’란 영남권 연대인 ‘김장연대’에 맞서 윤상현이 제안한 수도권 대표론에 안철수가 동의를 표하면서 자연스럽게 결성된 수도권 연대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나경원도 이에 가세하는 발언을 했었다. 따라서 나경원 표심은 안철수와 윤상현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안철수와 윤상현 중 누구에게로 더 많이 갈까?

먼저 나경원 지지자들의 성향을 알아야 한다.

사실 나경원이 그동안 제법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것은 그가 정치인으로서 특별히 내세울 만한 성과가 있었거나 그의 능력을 인정해서가 아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는 가담했지만, 이른바 ‘탄돌이’라 불리는 다른 탄핵파들처럼 당을 깨고 나가 신당을 만드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던 점을 높이 사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나경원을 지지하는 당원들은 대체로 ‘우파’ 이념이 확실한 당원들이거나 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친박 성향의 당원들이다.

그런 면에서 그들이 지금 눈여겨보는 당권 주자는 안철수가 아니라 윤상현이다.

윤상현 의원은 ‘친박’으로 낙인찍혀 공천조차 받지 못하는 설움을 겪었으나 무소속으로 당선되어 국민의힘으로 돌아온 아픈 이력이 있다. 친박 지지자들의 시선이 윤상현 의원 쪽을 향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게다가 ‘우파’ 이념이 확실한 정통 당원들도 민주당 출신인 안철수보다는 처음부터 지금의 여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뿌리 깊은 윤상현 의원이 더 믿음직스러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윤상현 의원은 나경원 지지자들의 표심을 끌어들여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윤 의원이 "김기현, 안철수, 그리고 윤상현의 3자 구도로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를 만들어 나가겠다"라며 ‘3자 구도’를 강조한 것은 그런 연유다.

실제로 나경원의 불출마선언으로 전당대회 구도는 김기현-안철수 양자구도로 진행될 것이란 애초의 관측과 달리 지금 판세는 김기현, 안철수, 윤상현의 3자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는 모양새다.

물론 아직은 불출마선언 직후여서 나경원 지지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으나 흐름이 윤상현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윤상현 의원 측 관계자는 “나경원과 윤상현의 지지세가 겹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나경원의 불출마선언이 조금 더 빨랐으면 그 표심을 흡수해 윤상현이 벌써 3강 구도를 형성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3자 구도’는 전당대회 흥행을 가져올 것이란 점에서 권장할 만한 일이다.

윤상현 의원이 ‘결선투표’ 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3명을 ‘컷오프’하는 대상에 포함되는 것만으로도 전당대회 흥행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갈 곳 잃은 나경원 지지자들의 표심이 윤상현을 찾는다는 사실이 수치로 나타날 경우, 윤상현 의원이 이번 전대의 ‘태풍의 눈’이 될지도 모른다. 그게 선거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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