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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9일 필자는 <한동훈에게 묻는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당 대표로 선출되면 중도 하차하지 않고 모든 임기를 마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국민의힘에는 ‘당권과 대권 분리’라는 보수정당의 아름다운 ‘박근혜식 전통’이 있다.
이 규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5년 11월 한나라당 대표였을 때 당헌 개정으로 확정됐고, 이듬해 6월 박근혜 대표는 이 규정에 따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측에서 박근혜가 대표직을 유지하면 불공정 경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요구했으며, 박근혜는 기꺼이 이런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그 결과 박 전 대통령은 무난히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는데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에게 패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런 역사가 있는 이 당헌은 지금까지 20년간 아름다운 보수정당의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
물론 이런 규정에 따라 한동훈 전 위원장이 7.2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되더라도 임기 절반만 마친 후 지방선거 이전에 중도 하차하면 대선에 출마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더 적극적인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 전대에 출마한다는 주장과는 논리적 모순이 있다.
당 대표가 되었으면, 그 임기 중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막중한 책임이 부여되는 것이다. 그런 역할을 포기하고 내년에 그만둘 것이라면 왜 이번 전대에 출마하는 것인가. 오직 대권 욕심 때문이라면 아서라.
당 대표가 되어 조강특위를 가동해 이른바 ‘친한파’ 당협위원장들로 지역구를 채우고, 당을 장악한 후에 그 힘을 바탕으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이라면 그 헛된 망상을 접으시라.
혹여라도 주변에서 그런 조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멀리하시라.
총선 참패 이후 국회에서 벌어지는 민주당의 횡포를 보고도 여당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무너지고 만다. 다음 지방선거에서 또 참패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기대하기는커녕 정권 재창출의 길은 더욱 요원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설사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되고 임기 도중에 대표직을 내팽개친 후 대선후보가 된다고 해도 대통령 당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당 대표가 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 전 장관의 역할은 대선 후보가 되는 게 아니라 당 대표가 되어 당을 성공적으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중도 하차 없이 다음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고 그 선거를 승리로 이끌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래야 정권 재창출도 꿈을 꿀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 다시 묻겠다.
정치를 계속하실 것인가. 하시겠다면 7.23 전당대회에 출마하시라. 그리고 당의 ‘구원투수’가 되시라. 다만 당 대표로 선출되면 중도 하차 없이 모든 임기를 마치겠다고 국민과 당원 앞에서 공개적으로 약속하시라.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선민후사’의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말이다.
윤상현 의원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윤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대선 1년 6개월 전에 대표직을 사퇴하도록 하는 국민의힘의 대권-당권 분리 당헌·당규 규정을 거론하며 “한 전 위원장은 나오기 전에 확실하게 해둘 것이 있다. 2027년 대통령 선거에 나가지 않고 임기를 채울 생각이냐”라고 물었다.
필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한동훈 전 위원장은 같은 당 의원의 질문마저 답변을 회피해선 안 된다.
한 전 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1호 인재로 영입했던 이른바 ‘친한파’ 정성국 의원의 발언을 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정 의원은 ‘당내에서 한 전 위원장이 대권을 위해 임기를 마치지 않고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면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도부 공백 사태가 벌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는 지적에 "4월 국회의원 선거도 1~2월에 공천하는데, 2026년 6월 지방선거가 한 전 위원장의 임기와 무슨 관계가 있냐"라며 "지방선거 공천은 2026년 2~3월이 돼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이 내년 9월 사임해도 충분한 시간이 있다"라고 말했다.
만일, 이게 한 전 위원장의 생각이라면 실망이다. 이건 당을 위해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다. 더 큰 책임을 지기 위해 당 대표가 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이루지 못할 대권 욕심에 당 대표가 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한동훈 전 위원장의 답변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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