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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당원권’을 확대하려는 데 참패한 국민의힘은 되레 당원권을 축소하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의식이 있어야 당에 대한 애정도 생기는 법인데 당원권을 빼앗거나 제한하면 그런 애정이 생기겠는가.
먼저 민주당의 상황부터 살펴보자.
이재명 대표가 최근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을 만나 '당원권 확대'를 골자로 한 혁신안 이행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부터 당원들의 권리 강화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로 인해 당원들은 자신들이 당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지니게 되었고, 총선에서 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 대표가 사법리스크로 발목이 잡히고 일부 민주당 후보들이 구설에 올랐지만, 흔들리지 않았던 건 그런 이유다. 당의 주인은 당 대표나 국회의원들이 아니고 바로 ‘나’이기 때문에 내가 당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했고, 그것이 총선 승리의 발판이 된 것이다.
그걸 알기에 이재명 대표는 최근 총선 승리 후 '당원권 확대' 필요성을 여러 자리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원과의 만남' 행사에선 "선거 승리에 당원이 큰 역할을 했으니 큰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라고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심지어 당시 이 대표는 한 당원이 "국회의장 후보자나 원내대표도 당원이 선출하게 하자"고 제안하자 "장기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도 답했다.
당 관계자는 "총선 압승의 공신인 당원들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헌당규를 '당원 맞춤형'으로 대폭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당헌·당규 개정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이른바 '개딸'로 대표되는 강성 팬덤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원들에게 심어준 ‘주인 의식’ 효과가 그런 부작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매우 크다.
반면 국민의힘은 반대로 가고 있다.
당원 100%로 선출하는 전당대회 룰을 수정해 당원의 선출권을 제약하고 일반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22대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원외 조직위원장 160명이 전당대회 룰 변경을 당 지도부에 공식 요청했다. 현행 100% 당원으로 돼 있는 당 대표 선출 규정을 국민과 당원 각각 50% 반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당원들 탓에 자신들이 낙선이라도 한 것처럼.
그래선 안 된다. 당원들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고 열심히 비공식적인 선거운동을 했다. 당이 공천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번도 만난 본 적이 없는 후보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사람들이 바로 당원들이다.
그들에게 감사 인사는 못 할망정 마치 그들 때문에 선거에서 패배하기라도 한 듯, 그들의 투표권을 빼앗아 일반 국민에게 나눠준다는 발상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오히려 민주당처럼 당원권을 강화하는 게 맞다.
그런데 “당이 민생 최우선의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민심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유능한 정당,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포용적 정당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라며 당원의 투표권 절반을 빼앗아 다른 정당 지지자들에까지 나눠주자는 요청을 하다니 제정신인가.
한번 묻자.
100만 명 당원들의 의견은 민심이 아닌가. 당원들은 일반 국민과 괴리된 이상한 집단인가. 당원들의 애당심이나 애국심이 일반 국민만 못한 것인가.
아니라면 당원의 권한을 빼앗자는 논의는 중단하는 게 맞다. 당원권을 강화하는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 것을 보고도 깨닫지 못하고 그와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사람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게 맞다. 당 대표나 국회의원보다 당원에게 더 큰 권한을 부여하는 게 맞다. 누가 뭐래도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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