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한가하게 집안싸움 할 때 아니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5-22 14: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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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이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숨진 해병대 채모 상병의 사건 초동 수사와 경찰 이첩 과정에 대통령실, 국방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법안은 어떻게 되는가.


재표결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재표결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그 즉시 법률로 확정된다. 부결되면 폐기된다.


21대 국회 재적 의원 296명 중 구속수감 중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295명 전원이 본회의에 출석할 경우 197명 이상이 찬성해야 특검법이 재의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야권 의석수를 모두 합치면 180석이다. 국민의힘에서 17표 정도의 이탈표만 끌어오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


그러면 여당에서 그런 정도의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 김웅·안철수·유의동 의원 등 3명은 공개적으로 찬성 의견을 밝힌 상태이지만 그동안 “찬성” 의견을 밝혔던 조경태·조해진·이상민 의원은 입장을 선회해 “반대”로 돌아선 상태다.


게다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소속 모든 의원을 대상으로 전화나 개별 면담을 통해 접촉하며 표 단속에 나선 마당이다.


특히 추 원내대표는 "채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것은 당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탈표가 17석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과연 그럴까?


아직 장담하기는 이르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박주민 의원 등 민주당 내 일부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을 상대로 찬성표 설득을 위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박주민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능해 보이는 의원님들 7~8분을 이번 주, 다음 주에 뵈려 하고 있다"라며 "뵌 분도 있다"라고 여당 의원과의 접촉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그렇게 되면 야당 의원들의 설득 때문에 특검법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꿀 여당 의원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더구나 오는 28일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22대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공천을 받지 못한 의원 일부가 본회의에 참여해 ‘소신투표’를 명분으로 이탈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무기명 비밀투표여서 누가 어디에 찍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도 이탈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설사 가까스로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선방했다고 해도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재표결이 부결돼 법안이 폐기되더라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범야권 의석이 무려 192석에 이르는 만큼 국민의힘에서 8석만 이탈해도 저지선이 무너지게 된다.


따라서 22대 국회에선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일이 비일비재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총선에서 참패한 여권의 비참한 현실이다. 그러나 거대한 야당에 맞서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여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 거대 야당의 ‘입법 독재’와 툭하면 내미는 ‘특검 카드’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


그러자면, 일단 당이 분열해선 안 된다. 언론에 회자 되는 ‘윤-한 갈등’은 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당내 인사가 이를 부추겨선 안 된다. 연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험악한 말을 쏟아내는 홍준표 대구시장도 자제해야 한다. 지금은 재표결에 대비해 ‘표 단속’을 해야 할 만큼 여당의 상황이 절박하다. 한가하게 집안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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