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10 총선을 앞두고 방탄용 금배지가 절실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표정에 수심이 가득하다.
비례대표제와 관련 이재명 대표가 최근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로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나 당내 반발로 무산된 탓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비명계 3인방의 탈당에 이어 청년당원 1000명까지 탈당한 상황에서 병립형 회귀로 갔다가는 분당이 가속화 할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러면 이재명 대표는 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병립형 회귀’를 원했던 것일까?
병립형으로 가면 비례대표 후보를 당 대표가 직접 선정할 수 있다. 공천권을 거머쥔 당 대표는 이른바 ‘셀프공천’도 가능하다. 실제로 2016년 총선 직후 영입된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비례대표 순번 2번에 배치돼 ‘셀프공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당시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비례대표명단 의결을 연기했고 김 전 위원장 비례 순번을 14번으로 내리자 김 전 위원장이 사퇴 의사까지 내비치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그의 요구대로 비례 2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이재명 대표의 병립형 회귀 시사 발언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처럼 전국 선거를 지휘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셀프공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현행 준연동형 제도에서도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고, 물밑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 지난 총선 당시에도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비례연합 정당을 만들고 공천권을 행사한 바 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는 다른 정당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위성 정당을 만들고 그 당의 비례대표 후보가 되기 위해선 민주당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당이 쪼개지는 상황에서도 대표직을 끝까지 움켜쥐고 있는 이 대표에게 그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일 게다.
그렇다고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그 지역구는 그동안 민주당 텃밭이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그 지역에서만 내리 다섯 번이나 당선된 것은 그런 이유다.
하지만 송영길 전 대표가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 지역구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 지역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상당한 배신감을 지니게 됐고, 상당수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출마하면 지난 총선 때처럼 ‘무명 인사’와 싱거운 승부를 보는 게 아니라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혈전을 벌여야 한다.
원 전 장관은 최근 인천 계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이 대표 저격수를 자처했다.
그는 "우리 정치가 꽉 막혀 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돌덩이 하나가 자기만 살려고 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라며 "이 돌덩이가 누군지 여러분은 아시죠?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라고 했다.
온갖 범죄혐의가 있는 이재명 대표는 자신을 지켜줄 방탄용 금배지가 절실하다.
따라서 ‘명룡대전’이라는 도박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을 게다.
그러면 이재명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둘 중 하나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안전하게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를 찾아 헤매는 이른바 ‘출마지 쇼핑’을 하거나 연동형과 병립형을 반씩 반영하는 절충안으로 비례대표 셀프공천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하나도 쉽지 않다.
안전하게 당선될 지역구는 이미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를 밀어내고 출마했다가 당 안팎의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절충안은 당내 반발은 물론 특히 민주당 ‘위성정당’을 추진하는 당 밖 세력들의 반발에 직면한 것이 불 보듯 빤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어떻게든 금배지를 다는 선택을 할 것이다. 그게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자신이 살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금배지 하나로 무수히 많은 범죄혐의를 덮고 넘어갈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잠시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죄가 있다면 그가 누구든 죗값은 치러야 한다. 그게 법치국가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