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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벼락출세한 ‘청년 정치인’으로 인해 깊은 수렁에 빠진 모양새다.
여당은 성 비위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인해 중앙당 윤리위로부터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고도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이준석 대표로 인해 당이 혼란에 빠졌다.
8.28 전당대회를 앞둔 야당은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출마자격이 없다는 당의 결정에도 연일 언론을 통해 출마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들의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젊은 나이에 당 대표 자리에 오른 이준석과 박지현의 출현은 매우 신선했었다. 국민의 기대 또한 컸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 어설펐다. 게다가 ‘자기 정치’하는 모습은 다선의 국회의원들보다도 더 추악했다. 구태 중의 구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윤리위의 정당한 징계를 “‘꼰대’들이 자신을 몰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전략을 구사하거나, ‘윤핵관’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면서 윤석열 대통령 측근들이 자신을 쫓아내려는 음모라는 식으로 당의 갈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자신의 추악한 행위에 대해선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지금 국민의힘은 혼란에 빠졌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재빠르게 움직여 자신이 대표 직무대행을 맡는 것으로 일단 봉합하기는 했으나 그게 되레 화약고가 되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다. 이준석 대표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대표직에서 사퇴하면 간단하게 수습될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꼰대’들보다 더 ‘꼰대스럽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어떤가.
연일 유력한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을 향해 공세를 취하고 있다. 대통령선거는 물론 지방선거에서의 선거패배 요인으로도 이재명 의원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 의원이 ‘방탄용’으로 무연고지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것이 선거패배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박 전 위원장의 이 같은 지적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에게 인천 계양을 출마의 길을 열어준 사람은 바로 박 전 위원장 자신이다.
애초 박지현은 송영길 전 대표가 무연고지인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었다. 그러나 당 전략공관위가 송영길을 ‘컷오프’하자 갑자기 경선에 참여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을 바꾸었다. 젊은 정치인이 ‘소신’ 대신 이재명의 ‘눈치 보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로 인해 송영길에게 서울시장 출마의 길이 열렸고, 그 지역구에 이재명 의원이 출마하도록 길을 터준 셈이 되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서울에서 송영길은 오세훈 시장에게 전 행동에서 완패했다.
이재명 의원은 무명의 지역구 후보에게 가까스로 승리했다 그 여파가 전국에 영향을 미쳤고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3대 4로 참패했다.
여야 모두 청년 정치를 시행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하지만 이건 엄밀한 의미에서 청년 정치가 아니다. 당에서 젊은 인재를 육성하고 지방의회부터 차곡차곡 단계를 받아 정당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하는데 보여주기식 청년 정치에 급급하다 보니 벼락출세하듯 단숨에 당 지도부 자리를 꿰차게 해주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 후유증이 이준석과 박지현과 같은 괴물 청년 정치인을 만들어 낸 것 아니겠는가.
이래선 안 된다.
정당은 젊은 정치인이 '공천'이라는 출전명단에 올라 '선거'라는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청년 정치 육성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각 정당은 당원들 사이에 정치를 희망하거나 현재 기초의원부터 출발한 젊은 정치인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벼락치기 오디션을 통해 청년 대변인을 발탁했으나 되레 그들이 말썽을 일으키기도 한다. 기본적인 정당에 대한 소양 교육이 부족한 탓이다.
이런 식으로 급하게 인재를 영입하다 사고가 나면 대안이 없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우리 정당사에 청년 정치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단언하거니와 선거 기간 반짝하는 인재영입 방식으로는 청년 정치인 육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답은 청년 인재육성이다. 이준석 박지현 사태를 계기로 여야 모두 청년 정치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체계적인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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