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법관은 권력의 하수인 되어선 안돼”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최근 거대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의 사법부 압박 움직임이 거세지는 데 대해 삼권분립의 훼손을 경고하는 원로들의 우려가 줄을 이었다.
김무성 민주화추진협의회 회장은 21일 “사법부에 대한 입법 권력의 정치적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며 “명백한 헌법 위반으로 제2의 민주화 투쟁으로 맞서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87년 체제를 만든 민추협의 역사적 사명을 떠올리며, 오늘의 사법부 탄압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계엄령으로 탄핵된 시대를 지나, 이제는 다수당이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시대가 됐다”며 “과거 군사정권과 다를 바 없는 횡포가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정치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재판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고, 국민은 보호받을 권리를 잃는다”며 “삼권 장악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하며, 사법부 탄압이 계속된다면 민추협은 제2의 민주화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거듭 경고했다.
특히 김 회장은 “정치권은 사법부 판결을 부정하고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사실상 처벌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사법부가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하면 민주주의는 끝”이라고 경고했다.
김 회장의 경고는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사건 재판을 진행 중인 지귀연 부장판사를 둘러싼 접대 의혹 폭로에 공수처장의 수사 개입 정황이 겹치면서 법조계 독립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이 지귀연 판사를 겨냥해 접대 의혹을 제기하며 압박을 이어가는 와중에 공수처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권 수사에 대해 정치권과 ‘조율’ 의혹을 받고있는 공수처를 두고 형사사법기관마저 정치의 하위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 제기가 불가피한 이유다.
실제 민주당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양심이 있다면 재판에서 스스로 손을 떼고 법원과 공수처의 처분을 기다리라”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지 판사는 더 이상 전국민이 지켜보는 12.3 내란 재판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압박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지 판사는 제멋대로 내란수괴 윤석열을 풀어주고 내란범들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한 장본인”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무성 회장은 “판사의 진상 여부와 무관하게 정당이 여론몰이를 통해 판결 정당성을 흔드는 방식은 입법권의 월권이며, 명백한 사법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계엄령으로 탄핵된 시대를 지나, 이제는 다수당이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시대가 됐다”며 “과거 군사정권과 다를 바 없는 횡포가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 대법관을 지낸 이용우 전 대법관도 최근 인터뷰에서 “정권의 사법부 압박은 삼권분립이라는 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일부 현직 판사들이 정치적 분위기에 편승해 대법원장을 흔드는 일은, 스스로 사법의 독립을 무너뜨리는 자해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법관은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선 안 되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로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치권 움직임에 대해 유럽의 권위주의적 퇴행 상황과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실제 헝가리의 오르반 정부는 2012년 이후 헌법재판소 권한 축소, 판사 정년 단축, 친정부 성향의 사법인사 임명 등을 통해 사법부를 사실상 행정부의 도구로 만들었고 폴란드 또한 2015년 이후 판사 징계위원회를 행정부가 장악하며 EU의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이들 국가는 외형상 선거를 통해 집권했지만, 사법권 장악을 통해 권위주의 체제로 이행했다가 이후 유럽연합(EU)로부터 ‘민주주의 후퇴국’으로 지정된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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