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민의 ‘눈물’과 장제원의 ‘불출마’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12-12 14: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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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 직후부터 활동을 종료하는 시점까지 줄곧 당 지도부와 친윤 핵심 의원들에게 ‘자기희생’의 결단을 촉구했으나 당사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대로 여당의 혁신은 물 건너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김병민 최고위원의 ‘뜨거운 눈물’과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선언’으로 다시 혁신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선언은 가히 폭탄급이라 할만하다.


장 의원은 12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라며 내년 4·10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장 의원의 이번 불출마는 그가 친윤 핵심으로 떠오른 이후 세 번째 '백의종군' 선언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8월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등을 둘러싸고 당 내홍이 심화하자 "앞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라며 2선으로 후퇴했다.


이준석 전 대표 등 당내 일각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그룹의 책임론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전당대회 레이스가 진행되던 지난 2월에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떠한 임명직 당직도 맡지 않겠다"라며 두 번째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당시 김기현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그를 지원한 장 의원이 '실세 사무총장'을 맡아 총선 공천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임명직 당직도 맡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또 한 번 백의종군 길을 간다. 이번엔 마지막 공직인 국회의원직"이라며 3번째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는 결심도 어렵지만, 출마만 하면 당선이 보장되는 데도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과정이야 어떻든 그의 불출마선언이 높이 평가받아야 하는 이유다.


당 안팎에서 그가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맡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그는 “아니다. 나 안 맡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런 자리를 바라고 불출마하는 게 아니라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장제원 의원의 이 같은 결단이 김기현 대표와 또 다른 친윤 핵심인 권성동 의원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전날에는 김병민 최고위원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때 “김기현 대표가 결심해라 당신 사퇴해라”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눈물까지 글썽글썽했다는 것.


김기현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사실상 현 지도부가 무너진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되면 전당대회에서 어렵게 최고위원 자리를 차지한 김병민 최고위원 본인도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한다. 자신의 직을 건 그의 충정은 높이 살만하다.


결국, 김기현 대표는 이런 압박에 못 이겨 당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한 모양이다.


이르면 13일 대표직 사퇴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전 이른바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의원들에게 ‘용기 있는 희생’을 당부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장 의원에게는 22대 총선 불출마를, 김 대표에게는 대표직을 내려놓아 달라는 취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김 대표는 모든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숙고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계획했던 구룡마을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도 갑작스레 취소했다.


김 대표가 물러나면 국민의힘은 새로운 지도부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 당장은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되지만, 그 기간은 그리 오래지 않을 것이다. 총선을 앞둔 상황이어서 조속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과적으로 비대위가 선거를 진두지휘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비대위 인적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 비대위가 구성된다면, 장제원의 ‘불출마’와 김병민의 ‘눈물’은 훗날 여권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만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그 밑거름을 자처한 장제원과 김병민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내일은 김기현 결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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