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현역 10% 컷오프 통보에 "반대파 찍어내기" ...사당화 논란도

여영준 기자 / yyj@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2-20 14:40:1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김영주 "모멸감 느낀다" 탈당 선언... 문학진 "경기도 비선팀이 여론조작"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경선 득표수의 30% 감점으로 사실상 총선 출마를 배제하는 의미의 현역의원 하위 10% 컷오프 대상자 통보에 들어가면서 "반대파 찍어내기"라는 당사자 반발과 함께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사당화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박용진 의원은 20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에 포함됐다고 통보받았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박용진이 정치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리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 한 번도 권력에 줄 서지 않았고 계파정치, 패거리 정치에 몸담지 않아서 많은 고초를 겪었다"며 "오늘의 이 모욕적인 일도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힘을 가진 누구 한 사람에게만 충성하고 그를 지키겠다는 정치는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며 "저는 그런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결기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탈당 가능성에는 선을 그으며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박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엔 친명계 정봉주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에 앞서 컷오프 통보를 받은 4선 중진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영등포 주민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모멸감을 느낀다"면서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 부의장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친이재명도 반이재명도 아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오롯이 국민 속에서 더 신뢰받는 민주당이 되기 위해 중간 지대에서 노력했다"며 "그런 절 반명으로 낙인찍고 공천을 배제하려 하위 20%로 내리찍은 당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친문. 비명 현역 지역구를 중심으로 민주당 총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도 당내 갈등에 불을 지르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해당 조사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도전한 서울 중·성동갑을 비롯해 인천 부평을(홍영표), 광주 서구갑(송갑석), 경기 부천을(설훈), 서울 구로갑(이인영), 경기 평택갑(홍기원) 등 친문·비명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서 주로 진행됐다.


재판 중인 서울 성북을(기동민)과 서울 마포갑(노웅래 ) 지역도 조사가 진행됐는데 주로 현역 의원을 배제한 자리에 친명 원외 인사를 포함하는 방식이어서 ‘비명 찍어내기’라는 비명계 반발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경기 부평을의 경우 친문인 홍영표 의원을 배제한 채 친명 비례대표인 이동주 의원과 이 대표가 영입한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후보와의 경쟁력을 따졌고 설훈 의원 지역구인 부천을에서는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변호인인 김기표 변호사를 대상으로 적합도 조사가 진행됐다.


평택갑에서도 홍기원 의원을 배제한 채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 재판 변호인인 김동아 변호사의 경쟁력을 물었다.


수도권 한 비명계 의원은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을 배제하고 적합도 조사를 했다는 얘기는 과거에 들어보지 못했다”며 “누가 봐도 특정 지역구에 친명 인사를 보내기 위한 의도적인 작업”이라고 했다.


조사 주체도 불분명하다.


당의 공천 관련 공식 기구인 공천관리위원회와 전략기획위원회는 관련 조사와 무관하다면서도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여론조사가 당 차원에서 진행됐냐'는 취재진 질문에 “확인하기 어렵다”고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 측 비선 조직이 친명계 인사를 자객 공천할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돌리고 있다는 의혹 제기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홍영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정말 이상한 여론조사 때문에 당이 굉장히 혼란스럽다”며 “어떤 비선 조직에서 한 것인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로부터 불출마 권고를 받았던 문학진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출처 불명의 조사 결과를 갖고 이 대표가 자신을 몰아내려 했다"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한 문 전 의원은 "친명계가 당을 완전 장악하기 위해 적합도 조사 결과까지 조작하는 등 밀실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조사 출처에 대해서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비선, 경기도 팀"이라고 단언하면서 "총선기획단 등 당의 공식라인과 별개로 '이 대표가 상세한 정보가 필요해서 따로 팀을 굴린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목적을 가지고 수치를 조작, 대표한테 보고하고 대표가 이를 대로 믿고 전화로 통보하는 건 공당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다"며 "이 대표의 최측근 정씨 성을 가진 분, 사법적 문제로 구속이 됐다가 지금 보석으로 나와 있는 정 00"라는 식으로 비선 실체를 지목하면서 정성호 의원과 정진상 실장을 겨냥했다.


그러나 정성호 의원 등 이 대표 측근들은 하나같이 "만들어낸 이야기"라며 비선팀 존재 자체를 강력히 부인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