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영남당’ 한계를 극복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2-28 14: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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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우리 당의 책임당원 수가 약 80만 명으로 지역별 당원 구성비율도 영남과 수도권이 비슷해졌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이 됐다.”


이는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이다.


실제로 이준석 전 대표 시절에는 책임당원 숫자가 28만 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해 79만 명까지 급증했고, 특히 책임당원 중 수도권 비중은 무려 37%에 달해 영남권(40%)과 엇비슷한 수준까지 다다랐다.


단순히 책임당원의 권역별 비율만 본다면 “전국정당이 됐다”라는 정진석 위원장의 발언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국민의힘이 ‘영남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으로 거듭났는지 의문이다.


여전히 당 지도부에는 영남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까닭이다.


우선 주호영 원내대표부터가 영남권 출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 대표마저 영남권에서 나온다면 ‘투톱’ 모두가 영남권에서 독식하게 되는 것이어서 ‘영남당’이라는 낙인이 찍힐 게 빤하다.


집권 여당이 지역당으로 전락하면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수도권에서 여당 후보들이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고, 국회 제1당 탈환의 꿈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윤상현 의원이 28일 해법을 제시했다.


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어도 당 대표 후보라면 언제라도 총선에서 수도권에 출마할 배짱이 있어야 한다”라며 "수도권 승리의 보증수표가 당 대표의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승리를 위해선 수도권 출신을 당 대표로 내세우거나 최소한 다음 총선은 수도권에서 출마하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것이다.


맞다. 윤 의원의 이런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런데 지금 영남권 후보가 영남권 윤핵관과 손을 잡아 당권을 장악하는 시나리오가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다.


이거야말로 최악이다.


정치는 ‘1+1=2’라는 산수가 아니다. 고도의 방정식이다. 오히려 ‘1+1=0’이 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준석 전 대표가 유승민 지지에 선을 긋고 나선 이유도 그것이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유승민 의원을 돕느냐는 질문에 “안 돕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것도 ‘단호하게’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면서.


이는 이준석이 유승민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이 전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를 돕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 ‘1+1=2’가 아니라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전략적 판단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유승민 한 사람만 해도 당원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는데 거기에 비슷한 사람이 더해진들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나마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마저 등을 돌릴 게 빤하다.


마찬가지로 영남권 당 대표 후보에 영남권 킹메이커 조합은 여당을 ‘영남당’으로 낙인찍히게 하는 것으로 오히려 마이너스 조합이다.


정말 장제원 의원이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힘을 전국정당으로 만들어 총선에서 승리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자신이 지닌 힘을 수도권 출신 후보의 당선을 위해 쓰는 게 맞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장제원 의원은 김기현 의원과 함께 다음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는 공약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이번에 구청장 자리를 민주당에 내어준 관악구와 강북, 성북, 노원, 성동, 중랑구 등 6개 구 가운데 어느 한 지역구를 선택해 출마하겠다는 약속을 한다면 금상첨화다.


그래야 ‘영남당’이라는 지역당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다음 총선에서 원내 제1당 자리를 탈환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즉시 ‘김장연대’의 파괴를 공식 선언하라. 만일 그걸 지속하고 싶다면, 두 사람 모두 수도권 험지 출마를 약속하라. 영남당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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