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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상승하고 전·월세난까지 급속히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주택 보유세와 양도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6월 2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라며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과실이 가계와 기업 등 시중 ‘유동성(Liquidity)’을 확대시키고 이 돈이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라는 주장도 했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는 주택 보유·양도세 조정 방침을 이미 누차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라며 “서구 선진국이 하는 만큼의 보유 부담을 갖게 하는 게 맞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재정경제부는 7월 말 발표할 세제 개편안에서 다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듯하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가 유력하고 재산·종합부동산세의 과표 기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에 보유세율 인상까지 거론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 폭증은 여러 경제 지표를 끌어올리고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올랐지만, 특히 명목 지디피는 지난 1분기에 무려 17.1%(전년 대비)가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 단가가 급등한 덕분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2,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종전 사상 최대였던 2025년 1,231억 달러의 곱절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온다는 의미다. 코스피는 9,000을 넘어섰고, 세수 역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행복한 비명’만 지르기에는 여러 만만찮은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일단 반도체 기업의 억대 성과급과 주식시장 투자 수익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간신히 눌러놓은 서울·경기 지역의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
김용범 정책실장의 발언은 반도체 호황과 증시 활황으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자산 시장을 거쳐 부동산으로 쏠리는 ‘역(逆) 머니 무브(Money Move │ 자금 이동)’를 경계한 것이다. 최근 추세를 보면, 주식 투자에서 얻은 이익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감지된다. 올해 들어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간 코스피(KOSPI) ‘불장’에서 주식을 팔아 확보된 돈과 채권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 등 3조 7,000억 원 이상이 서울 강남 등 고가 주택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약 65%인 2조 4,000억 원은 서울 주택 매입에 사용됐으며,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 자금이 집중적으로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기대 수익률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만 한다. 신규 입주 물량이 부족하다는 불안 심리가 큰 만큼 공급 대책 속도도 최대한 높여야만 한다. 한국은행 역시 무주택 가구의 주식 차익 중 약 70%가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고 추정했다.
문제는 지금 부동산 시장이 규제만으로 통제할 수 있을 만큼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월 18일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 2026년 6월 3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른 올해 6월 셋째 주(15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0.10% 상승했고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0.10% 상승했다. 특히 경기 화성 동탄은 한 주 만에 2.22%나 급등을 했다. 반도체 대기업과 연관된 이른바 ‘반도체 벨트’를 따라 수지, 병점 등 경기 남부 지역이 크게 올랐다. 수도권(0.20%↑)과 서울(0.27%↑)도 높은 상승률이 이어졌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Super-cycle │ 장기적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초호황)’과 증시의 풍부한 ‘유동성(Liquidity)’이 결합된 결과 집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 특수’로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의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것이다.
특히 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전세·월세 수급 상황이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2.5로 2021년 2월 셋째 주 122.8 이후 약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월세 수급도 마찬가지로 나빠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월세수급지수는 114.8로 전월 대비 5.1 포인트 상승했다. 3월부터 월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진 이후 월세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매물을 내놓는 사람보다 구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2∼2023년 착공 물량 감소가 신규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이어지는 데다 올해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전 보유 주택을 매도하면서 매물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올 하반기와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각각 1만 2,300가구, 1만 7,197가구에 불과하다. 2020~2024년 연평균 4만여 가구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라 공급 부족으로 인한 아파트값 상승 및 전·월세난 심화가 우려된다. 전·월세 매물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임차인들이 기존에 거주하던 주택에 대해 계약을 갱신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월세 매물이 풀릴 여지도 더 좁아졌다. 이렇듯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가격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누적 상승률은 3.58%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6배, 월세 상승률은 3.37%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를 넘었다.
서울에서 진행 중인 여러 정비사업은 전·월세 추가 상승을 촉발할 잠재적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주택이 철거로 없어지는 동안 임시로 이주해야 하는 조합원들의 전·월세 수요가 대거 발생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주택 인가·허가와 착공·준공, 입주 예정 물량도 모두 감소했다. 이런 흐름 속에 서울 등 수도권 집값과 전셋값이 함께 뛰며 실수요자의 불안감은 덩덜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건 세금 폭탄이나 규제 강화가 아닌 공급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신축이든, 택지 개발이든, 재건축·재개발이든 속도를 빨리 내서 공급을 늘려야 한다”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말대로 공급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부동산 과세 정상화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추기 위해서도, 조세 형평성 제고를 위해서도 서둘러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다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공급 대책 역시 서둘러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기대 심리는 유동성과 세제뿐 아니라 향후 공급 전망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전·월세난 해소와 집값 안정은 보유·양도세 강화가 아닌 공급으로 풀어야만 한다. 인위적 수요 억제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정부가 지난해 ‘6·27 가계대출 방안’, ‘9·7 공급 확대 방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이어 올해 ‘1·29 공급 대책’까지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안정을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놨음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제는 민간이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비계획 절차 간소화 등 실효성 있는 공급 확대 정책을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서둘러 조속히 시행해야 할 때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호황의 수혜 계층과 소외계층 사이에 벌어진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다. 반도체 기업 임직원들, 주식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이 환호하는 반대편엔 폐업을 고민하는 영세자영업자,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층이 존재한다. 김용범 정책실장의 말처럼 “‘경제가 좋다는데 왜 나는 이렇게 힘들지?’라는 질문이 사회 곳곳에서 쌓이기 시작하면 경제 문제는 정치 문제가 된다”라는 것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정부는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만 한다. 일단 7월에 발표할 세제 개편안과 8월에 내놓을 2027년도 예산안에 그 일부가 녹아 들어가야 할 것이다. 비정상적인 한국의 주택시장은 의당 안정돼야만 한다. 부동산 정책의 근본은 세금을 통한 징벌이 아니라 만성적 초과 수요 완화를 위한 안정적 주택 공급임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정부는 증세 명분으로 반도체 대호황에 따른 성과급 유입과 이로 인한 동탄 등 수도권 일대의 부동산 급등 조짐을 내세우고 있다.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한다는 논리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세를 높인다면 양도세라도 낮춰 다주택자의 매물 출구를 열어주는 것이 시장의 기본 원리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인상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아닐 수 없다. 과거 부동산 증세 정책은 ‘매물 잠김’ 현상으로 실수요자들이 집을 구하지 못했고, 늘어난 세금 부담이 전·월세 가격으로 전가돼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만 끊기는 부작용이 속출했음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예측이 가능한 세제 기조와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이 결합해 시너지효과(Synergy Effect │ 상승효과)를 극대화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부동산 시장을 실거래 위주로 재편하고 투기 심리를 억제하기 위해 세 부담을 높이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지만, 거래 위축과 전월세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유세는 높이되 거래세는 낮추는 등 균형 있는 세제 재설계가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다독여 잠재우고 부동산 기대수익률 자체를 낮춰야만 한다. 금리 인상과 세금 강화,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책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수요가 몰리는 서울 도심과 수도권 핵심 입지에 양질의 주택이 꾸준히 공급될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부터 주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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