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 안됐더라도 '도달' 간주
[시민일보 = 박소진 기자] SNS 계정으로 상대를 특정해 성적 모욕을 주는 게시글을 올렸다면, 그 게시글이 실제로 알림을 통해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도달’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지난 8월14일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5월 트위터에서 B씨와 갈등을 겪던 중, B씨의 계정을 '멘션'(@아이디로 부르는 기능)으로 특정한 뒤, '성고문하자'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게시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문제는 당시 B씨가 A씨의 트위터 계정을 차단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게시글이 B씨에게 알림으로 전달되진 않았지만, B씨는 자신이 따로 운영하던 계정으로 A씨의 게시글을 직접 찾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성폭력처벌법 제13조에 해당한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게시글이 B씨에게 도달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B씨가 스스로 A씨의 트위터 계정을 검색해 게시글을 인식한 것이므로, 객관적으로 B씨가 게시글의 존재와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13조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개인의 의사에 반해 접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조항의 구성요건 중 '도달'은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직접 접하는 경우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의미한다고 봤다.
또한 A씨가 트위터에서 B씨를 특정해 '멘션' 기능을 사용한 점, B씨만을 지목해 악의적·공격적 내용을 적은 점과 트위터 이용자들이 인식하는 '멘션' 기능의 의미 등에 비춰볼 때 "A씨가 B씨를 겨냥해 작성한 게시글을 트위터 계정에 게시해 B씨가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이어 "이후 B씨가 무슨 이유에서든 A씨의 트위터 계정을 검색해 게시글을 봤다 하더라도 이는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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