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복귀 장애인에 '새벽근무'

박소진 기자 / zini@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9-02 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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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위법한 지시… 면직처분 무효"

[시민일보 = 박소진 기자] 시각장애인 근로자에게 육아휴직 후 복직 시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의 근무를 지시하고, 이에 대한 조정 요청을 거부한 사업주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시각장애인 사회재활교사 A씨가 경북 포항의 한 사회복지법인 B재단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지난 7월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업무지시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위법한 업무지시이고, 원고가 이에 불응했음을 이유로 하는 이 사건 면직처분은 무효라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시각장애인으로, 홀로 자녀를 양육하며 2019년부터 해당 재단에서 사회재활교사로 일해 왔다. 근무시간은 오전 11시부터 휴게시잔 1간을 포함해 오후 8시까지였고, 정해진 요일에 오전 9시부터 11까지 시간외 근무도 수행했다.

A씨는 2020년 5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육아휴직을 했는데, B재단은 휴직기간 만료를 앞두고 A씨에게 '오후 4시부터 휴게시간 1시간을 포함해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근무하고, 시간외 근무로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근무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육아휴직 전 장애인고용법에 따라 중증장애인의 직업생활을 지원하는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제공받아 왔는데, B재단은 복직을 앞두고 'A씨의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으므로 출근한 이후에 근로지원인 채용에 관해 결정하겠다'고도 했다.

A씨는 휴직기간 만료일까지도 근무시간에 관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자 휴직기간 이전 근무시간과 같은 시간에 출근했지만 시설장은 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근을 저지했고, 재단은 A씨에게 '정당한 사유를 제출하지 않고 정해진 업무시간에 출근하지 않아 무단결근을 했다'는 경고장을 18차례 보낸 뒤 면직 처분했다.

A씨는 이에 면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업무지시에서 원고가 오후 9시∼새벽 1시 처리할 업무로 제시된 내용은 시설 정리, 일지나 계획서 작성 등으로 입소자 돌봄이나 식사 준비 등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어 해당 시간에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업무지시에 따른 근무시간은 대부분 원고가 자신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간과 중복된다"며 "특히 퇴근시간인 새벽 1시는 대중교통의 이용도 불가능하며, 장애인을 위한 이동수단의 이용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1심 판결에 불복했으나 2심과 대법원도 이런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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