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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이상한 ‘부적격’ 판정에 반발한 김윤식 전 시흥시장이 곧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다고 한다.
김 전 시장은 25일 "오는 27일 국회에서 (민주당) 탈당 선언을 한 뒤 (국민의힘 입당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역사와 정신이 모두 무너지고 망가지고 있다. 더는 지킬 가치도 역사도 사람도 없다"라며 "바보 되면서 끝날 바에는 죽더라도 서서 싸우다 죽을 것"이라고도 했다.
만약 김 전 시장이 시흥을에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되면 민주당에서 이미 단수 공천을 받은 조정식 사무총장과 맞대결을 펼치게 되는 셈이다.
사실 김윤식 전 시장의 ‘부적격’ 판정은 누가 보더라도 이상했다.
4년 전 총선 당시 ‘경선 불복’이 부적격 사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전 시장은 당시 민주당이 뚜렷한 이유 없이 경선조차 치르지 않고 조정식 사무총장을 단수 공천한 것에 반발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긴 했으나, 탈당하지도 않았고 그대로 당에 남아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경선 불복’이라는 사유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경선도 치르지 않았는데 무슨 경선 불복인가.
따라서 친명 조성식 사무총장이 강력한 경쟁자인 그를 제거하기 위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유를 억지로 붙이면서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이라는 말이 나온 상징적인 사건이 된 것이다.
박용진 의원이 하위 10%에 이름을 올린 사건 역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의 전형적인 사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참 이상한 일이다. 대부분의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박 의원이 매우 뛰어난 의정활동을 했다고 평가한다. 그런 박 의원이 도대체 어떻게 하위 10%에 들어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와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지금까지 박 의원이 어떻게 하위 10% 평가를 받았는지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단지 박 의원이 친명이 아닌 비명이기 때문에 ‘비명횡사’ 해야 한다면 이건 ‘공천’이 아닌 명백한 ‘사천’이다.
이런 식의 ‘막가파’ 공천으로 인해 민주당 지지율은 지속적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난 총선에서 비례용 위성 정당 포함 무려 180석을 차지했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100석도 얻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게 될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이재명 발 공천 파동’이 민주당을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오죽하면 경선을 앞둔 한 현역 의원이 “지금은 공천 때문에 조용히 있지만, 공천만 확정되면 이재명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다 떼고 지원 유세를 온다고 해도 거절할 생각”이라며 “이 대표가 지원 유세를 하면 오히려 표가 떨어질 수 있다”라고 했겠는가.
지역구에서 표가 10%씩 뚝뚝 떨어져 나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며 걱정하는 의원도 있다.
보다 못해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재명 대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권노갑·정대철·이강철·강창일 등 당의 원로들은 “이재명 대표가 일련의 사태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는 것 같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일 오후 페이스북에 “하위 평가자들의 당연한 불만을 내부 분열로 왜곡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적었다. 하위 평가자들의 불만은 모두 “왜곡”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윤식 전 시장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여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선택을 했고, 박용진 의원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냥 앉아서 사실상 ‘컷오프’ 당하는 길을 선택했다.
누구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그건 훗날 새로운 국회가 개원하면 알게 될 일이지만 박 의원의 선택이 그리 현명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로 인해 그 지역에서 국민이 원치 않는 사람이 단지 이재명을 등에 업고 승리해 금배지를 달게 된다면 그 책임은 박 의원에게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금배지를 단 그가 국회에서 난장판이라도 벌인다면 그 책임은 더더욱 커질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걱정이다.
김윤식 전 시장처럼 꼭 여당 입당은 아니더라도 탈당 후 무소속 출마나 제3지대 출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숙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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