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를 끌어오던 한국 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정전협정’을 맺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악수나 대화 등 의례적인 아무런 행위도 없이 서로를 외면하며 묵묵히 정전협정 문서에 서명만 할 뿐이었다.
이렇게 성립된 정전협정은 수십만명의 실향민을 남겨놓은 채 올해로 남·북한간 정전협정 체결 50주년을 맞이했다.
실향민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해마다 설과 추석 명절만 되면 북쪽의 고향을 바라보기 위해 무거운 발길을 임진각으로 향했고, 또 올해도 향할 것이다.
이들은 임진각에서 북에 두고 온 부모 형제의 생사를 알지 못해 제사를 지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살아 계시길 기대해야 할지 몰라 북쪽을 향해 언제나 눈물과 한숨으로 한 많은 세월을 달래 왔다.
그나마 운이 좋은 실향민들은 국민의 정부가 탄생한 이후 진행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북에 두고 온 가족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아직도 수십만명의 이산가족들은 헤어진 채 가족의 생사를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
더욱이 최근 불거진 북한 핵 개발 파문으로 인해 북·미간 대립 국면의 골이 점점 깊어지면서 지난 93년과 94년에 못지 않은 전쟁론까지 대두되자 이산가족 상봉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할까봐 실향민들의 마음을 더욱 착잡하게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남과 북이 다음달 20∼25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릴 제 6차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 명단을 교환하면서 얼었던 마음이 서서히 녹아 내리고 있다. 이번 설을 앞두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북으로부터 자신들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남측 이산가족들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다가오면서 설렘과 그리움으로 하루 하루가 길기만 하다고 한다.
실제로 성남시에 사는 양영순(75)씨는 한국전쟁 당시 서울에서 간호사로 활동하다 북한군에 끌려간 동생 영애(73)씨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올해 97세인 어머니께서 자식을 먼저 보내지 않았다고 너무 기뻐하셨다”며 “평양이 고향인 제주도 보다 많이 추우니까 설 선물로 내복을 사주고 싶다”며 울먹였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지난 97년부터 시작된 대북 포용정책으로 5차례에 걸친 이산가족 방문교환을 통해 5400명이 상봉한 성과는 이산가족에게 큰 희망을 줬다.
하지만 아직도 수십만명의 실향민들은 고향을 코앞에 두고 가지 못해 만날 수도 없음은 물론, 생사도 확인 못해 마음조리고 살아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기간 중 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의 큰 틀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 후 이들 실향민들의 염원을 저버리지 말고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계속 진행시켜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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