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의원이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있는 정치판을 향해 날린 일침이 반갑다.
최의원은 여야간 ‘일수불퇴’의 강경대립 풍조가 정치불신의 진원지라며 “정가에서 한 수 물러주는 것이 승패를 떠나 친목을 더욱 돈독히 하듯 한 수 물러주는 정치가 상생의 정치를 이루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여야는 민생현안에 대한 대안제시 쪽 보다는 대내외 힘겨루기에 더 골몰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판에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선거구 조정 문제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자칫 중대차한 이 정치일정이 지난 16대 총선 때처럼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른 개편에 머무는 정략적 희생물로 전락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미 국회는 이번 주 중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내년 17대 총선 선거구 확정을 위한 협상에 돌입한 상태지만, 쉽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역 국회의원과 국회의원 지망생 등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기서 한 수 물렀다가는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이 선거구 문제와 맞물리면서 사생결단식의 강경대립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한 수를 무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판을 자기들이 유리한 판으로 만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17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을 앞두고 선거구가 소멸되거나 인접지역과 통합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 의원들이 선거구 유지를 위한 `묘안’ 짜기에 부심하고 있다.
선거구가 어떻게 짜여지느냐가 여의도 의사당 재입성 여부의 핵심변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한수 물러주기’란 어림없는 소리다. 오로지 일수불퇴가 있을 뿐이다.
현 소선거구제의 인구 상·하한선은 9만~34만명이지만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3대1 이내 조정 결정에 따라 10만~30만명안과 11만~33만명안 등의 조정안이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해당 지역출신 의원은 죽기 살기식의 강경수를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국가와 민족을 운운하는 일은 너무나도 벅차다.
그런 판에 상생의 정치를 주문하는 일은 거의 비현실에 가깝다.
더구나 지금 여야 정치권이 인구 편차 3대 1을 넘어 위헌판정을 받은 현행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의기투합을 이루고 있다하니 걱정이 태산같다.
심지어 “봉사하는 의원을 만들기 위해 의원 수는 200명보다 300명, 400명이 더 좋다”는 증원론을 들고 나오는 현역의원도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몰염치하다.
조만간 국회 한 귀퉁이에 ‘부끄러움 찾기 운동본부’라도 개설, 유권자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할까보다.
또 다시 고양이 앞에 생선 놓아주는 어리석음을 재연할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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