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5-29 18: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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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색 판치는 ‘사마라칸트’ 타슈겐트를 오전 10시에 출발해 오후 15시 30분에 사마라칸트에 도착하는 289km의 5시간 30분 동안 9번의 검문검색과 그중 한번은 배낭을 샅샅이 검문 당했다.

특별석이라고 만들어준 운전석의 바로 뒷자리의 버스 바닥에서는 뜨거운 바람이 끈적끈적한 날씨에 발바닥을 따끈따끈하게 데워주었고 한번의 엔진고장이 나를 짜증나게 했다면 찌그러진 차창 밖으로 3∼4m씩 커다랗게 자란 노오란 얼굴을 드러낸 해바라기와 장대 높이보다 더 커 보이는 옥수수들하며 사마라칸트의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경찰관들의 무신경이 나를 기쁘게 했다.

레지스탄 메드레사의 입장료가 구 소비에트 국민들에게는 10센트가 조금 넘는 150숨을 받았던 반면 그 밖의 외국인들에게는 7배나 더 나가는 1000숨을 받는 차별대접과 철수상가와 콜호수 바자르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러시아 말이 아닌 우즈벡말로 나와 라야를 조롱하듯이 민족주의 성격을 드러냈으며 옛날 옛적에는 사마라칸트가 타직크스탄 공화국의 영토를 증명하려는 듯 여기저기의 메드레사 앞에는 영락없이 타직인들이 여행자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나를 우울하게 했다면 옛 시가지의 수많은 모스크 사원들은 구 소비에트 건물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자연적인 사원들이 나를 반겼으며 그 골목골목 사이에서 뛰어 놀고 있는 러시아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우즈벡 어린아이들의 맑고 깨끗한 눈동자에 가슴 벅참을 느끼게 했다.

개인집을 개조해 만든 방이 4개에 불과한 호텔의 이름이 아주 재미있는 침대@아침식사였다.

전형적인 우즈벡인의 2층짜리 전원주택으로 네모난 구조를 가진 1층의 안뜰에는 자그마한 꽃들과 포도와 사과나무, 포퓰러나무, 감나무가 오목조목 정리된 정원이 주인 아저씨의 아름다움이 베어있었고 시원한 수박과 정원의 나무에서 바로 따온 포도와 사과를 먹으라며 탁자 위에 놓고가는 이 집 주인이 사마라칸트의 친절함을 대신하였다.

서서히 사라져가기 시작하는 러시아 사람들을 대신해 여기저기 일본인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고 이 조그마한 개인호텔의 안내문도 영어나 러시어가 아닌 일본말로 표기되어 있었으며 대부분의 상가 정문에도 영락없이 일본말이 차지하는 기분 나쁜 모습들은 나에게 일본말로 인사를 하는데서 불쾌감의 절정을 이루었다.

우즈벡의 민족 공예품들을 파는 아기자기한 상점들부터 시작한 일본색은 넓은 도로로 나오면 영락없이 한국 광고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그나마 약간의 위안이 되었다.

아주 재미있게 생긴 난로와 그 옆의 장미한송이가 분위기를 북돋아주는 방안은 3~4명이 자고도 충분할 만큼 무지하게 큼직막한 침대에 누우면 진흙으로 만든 창문사이로 하늘이 손안에 잡힐 듯 했고 모든 것들이 14∼15세기에 와있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으니 섹시한 여자만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환상이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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