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6-01 16: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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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 버스운전에 ‘짜릿’ 전통음식의 빵인 논이 4분의 1조각.

케익빵 2조각.

달콤한 치즈 손바닥 절반 만한 것 1조각.

차이 한 주전자.

꿀 한잔.

감자볶음 위에 계란후라이 2개.

오이, 토마토, 두부, 소시지 한 접시.

포도 한 송이, 사과 5개.

마지막으로 요구르트 한컵.

이것들이 오늘 아침 식단이었다.

눈이 부드러운 우즈벡 부부가 정성껏 마련해준 아침식사는 호텔 이름만 그런 줄 알았는데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들이 식탁 위에 가득했다.

호텔을 나설 때는 세계 각 국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배낭 여행자들의 비망록을 꺼내 나에게 짧은 글을 부탁하면서 다시 사마라칸트에 오거든 꼭 들려달라며 대문까지 배웅을 해주는 이들 부부의 고마움에 감사를 표시하며 부하라로 향했다.

타슈겐트에서 사마라칸트에 도착하는 장거리 시외버스 터미널에서는 부하라로 출발하는 버스가 없어 여행자들이 혼돈하기 쉬웠다.

사마라칸트에서 바로 부하라로 출발하는 버스는 거의 없고 타슈겐트에서 부하라로 가는 도중에 사마라칸트에 잠시 머물다 출발하는 간이 정거장으로 가야 헛수고하는 일 없이 버스를 탈수가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시간을 낭비한 후 버스를 타야만 했다.

여기에서 6박 7일간 나와 여행을 함께 했던 라야와 헤어졌다.

3년간 만나지 못했던 언니를 만난 치르칙크에서 사마라칸트까지 잠시 나의 말동무가 되어주었던 라야에게 타슈겐트로 돌아가 비행기로 알마타로 편안히 집으로 갈 수 있도록 감사의 표시를 하고 한 달 뒤에 다시 만나자는 나에게 진짜 불편투성이의 지방으로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나를 근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길 잃어 버릴까봐 걱정하는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얼굴이었다.

버스 창문으로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라야의 걸음걸이가 40도가 넘는 무더위를 참지 못하는 듯 무거워 보였다.

우즈벡 여행을 하면서 초록색 제복을 입은 경찰관들만 보면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부하라로 출발한 장거리 버스는 영화 스피드의 고장난 브레이크처럼 무자비하게 운전을 해댔다.

생긴 모습은 점잖게 생긴 중년의 우즈벡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난폭 운전을 하는데 왜 이리 기분이 좋은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동안 느려도 너무도 느린 버스를 타고 다닌 탓에 짜릿함은 더했다.

거기에다가 한국의 나이트 클럽에서나 틀어줄 만한 시끄러운 음악을 버스 뚜껑이 날아갈 정도로 음악을 쾅쾅 틀어놓고는 페달을 밟는데 손님들이 잠을 자던 말던 무신경이었다.
여행전문가 kapa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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