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7-15 17: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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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여름밤 축제’ 낯선 여행자에게 조금의 거부감이나 망설임 없이 이네들은 언제나 함께 마시고 먹고 집에서 하루나 이틀 잠을 자고 가라는 말을 아주 다정스럽게 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한국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문화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이들의 삶이 더욱더 인간미 넘치는 이유는 뭔지 모를 일이다.

안디잔에 여름밤의 축제가 벌어졌다.

6월말경 중국의 호르가스에서 벌어졌던 축제하고는 내용이 달랐다.

주로 공산당을 찬양하는 노래와 춤으로 몇 시간 동안 축제를 했던 호르가스와는 달리 안디잔의 축제는 매혹적인 우즈벡 아가씨들의 춤과 노래로 이어져 조금의 지루함이나 거부감을 느낄 수 없었다.

무대와 관람석의 자리가 좀 멀다 싶어 경비를 서는 경찰관의 대장한테 다가가 한국에서 온 여행자인데 무대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고 싶다하자 우선 여권부터 보여달라고는 하는 말이 내가 입고있는 청바지가 뜯어져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안디잔의 시민들뿐만 아니라 이 축제가 텔레비전을 통해서 우즈벡 전역으로 방송될텐데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있는 내 모습이 비쳐지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하여간 문제도 많은 나라다. 소중한 시간을 안디잔에서 경험하게 됐다. 여기서 우연한 만남이 시작됐다. 열심히 축제를 보며 사진을 찍고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한국에서 온 사람이냐고 묻는데 생김새는 우즈벡 사람인데 한국말을 나보다 더 또렷하게 말을 했다.

한국회사에서 통역요원으로 근무하는 세르조드라고 자기를 소개하고는 퇴근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누군가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와 한국인 남자 한사람이 병원에서 부러진 손목을 응급치료를 받고 안디잔 고스띠니쪄로 갔는데 그 한국사람을 찾아달라는 전화를 받고 급히 안디잔 고스띠니쪄로 달려가 프론트의 직원에서 물어보니 공원 안에서 벌어지는 축제를 보기 위해서 큼지막한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고 하여 발바닥에 땀나도록 달려와 나를 찾았다면서 내가 들고있는 카메라의 손목을 보고는 어디 다친 곳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전혀 그런일 없다하자 확인한 병원에서도 분명 한국사람 한사람이 치료를 받고 나갔다고 말하고 전화를 건 사람도 장난전화를 한 것이 아닌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며 의아해 했다.

또한 안디잔 고스띠니쪄에도 한국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맥주나 한잔하자고 카페로 나와 인사를 나누었는데 참으로 영특한 젊은 친구였다.

어릴 때부터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고 시장에서 빵과 음료수를 팔며 생계를 유지해 오다가 우연히 한국의 대사관에서 무료로 가르쳐 주는 한국어를 6개월 배우고 나서 내가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면 공부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죽어라 자나깨나 한국어말을 혼자서 공부했다고 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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