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7-21 18:36:0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순례객 발길끄는 성지 ‘솔로몬 산’ 1990년대에 민족 유혈 사태로 200명의 사람들이 죽었던 오쉬는 양쪽 나라의 대통령까지 달려와 서로가 친구라고 다짐을 하기도 했던 부끄러운 과거는 사라져버리고 지금은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쉬는 로마나 알렉산더 대왕보다도 더 오래 됐으며 오랫동안 실크로드의 중심 역할을 해 왔으며 최근에는 타직크스탄의 파미르고원으로 트렉킹하는 사람들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있다.

키르키스탄의 2번째 도시이자 현대 센츄럴 아시아의 상업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시내를 가로지르는 아크부라강의 살아 숨쉬는 생명력처럼 오쉬 전체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

자이마 바자르 주변에 50m간격으로 삼엄한 경계를 서고있는 경찰과 군인들과는 달리 오쉬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삶에 충실하고 있었다. 안디잔을 출발하면서 잔뜩 흐렸던 날씨가 오쉬에 도착하면서 이슬비가 촉촉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나무들에서 품어 나오는 풀잎향기가 오쉬의 전시가지를 덮고있으니 이런 푸릇푸릇한 공기를 한 트럭으로 싣고 가서 자동차의 매연으로 케케묵은 공기들만 마시고 자라나는 서울의 어린 아이들에게 한 접시씩 나눠 줬으면 좋겠다. 안디잔에서 오쉬까지 국경선을 넘어오는데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선 솔로몬 산을 찾았다. 이슬람의 성지인 까닭에 수많은 이슬람 순례객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결혼식을 막 끝내고 온 신랑신부들이 꽂장식을 한 리무진 자가용을 타고 와서 기념사진을 찍기 바쁜 명소중의 명소이다.

오쉬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그 위에는 국경 수비대원이 국경선을 바라보며 경비를 서는 솔로몬 산은 오쉬의 가장 유명한 장소가 되어버린지 오래됐다. 여기서도 뜻하지 않은 초대를 받았다.

조금전 결혼식을 끝낸 우즈벡의 신랑신부와 함께 파티에 참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무조건 OK였다.

우선 신부집에서 파티가 벌어졌는데 3인조 밴드의 연주에 맞춰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몰려와 춤을 추고 음식을 먹으며 어린아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신랑신부와 가까운 사람이 한사람씩 나와 축하 인사말과 함께 인사말을 한사람이 지정한 또 다른 한사람, 이렇게 두 사람이 춤을 추면 신부의 엄마나 이모들이 촐르씨이라는 보자기를 허리에 매주고 가면 춤을 추는 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돈을 꺼내 춤추는 사람들한테 주고 돈을 받은 춤을 추는 사람들은 그 돈을 신랑신부의 테이블 위에 던져주곤 했다.

고주망태가 되도록 신부집에서 먹고 마시고 춤을 춘 것은 서곡에 불과하고 자리를 옮겨 신랑집에서 시작된 후반전이 사람을 죽였다.
여행전문가 kapabah@siminnews.net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