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7-29 18: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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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흩날리는 ‘가을 기차여행’ 산보를 하기에 아주 좋은 여건을 가진 촐폰알타의 직선거리는 4~5km밖에 되질 않았지만 벌써 2m가까이 훤칠하게 커버린 코스모스가 바람에 흩날리기 시작했고 어설픈 카페의 자리에 자리잡은 아가씨들을 바라보자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현지인 가족의 포근한 침대에서 잠을 자지는 못하지만 가을과 함께 나의 기차여행도 조금씩 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영하러 가서 우리나라 사람처럼 서너 시간 놀다오는 사람들이 아니다. 구 소비에트 사람들은 하루종일 먹을 음식을 준비해 해가 떠오르기가 무섭게 호숫가로 나가 해가 질 무렵 집으로 돌아온다.

물론 보드카는 1순위로 챙겨야 한다. 주말인 오늘 같은 날은 더욱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수쿨 호수의 가까이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무박이틀로 온가족이 자가용으로 수영하러 오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촐폰알타의 뒷골목은 타고 온 자가용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지만 워낙 교통난이 없는 지역이다 보니 조금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촐폰알타의 도시 속의 국가인 키르키스탄의 대통령의 사택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가장 좋은 해변가를 끼고서 거대한 성처럼 자리잡고는 철옹성 같은 경비를 서고있었다.

반대편 해변가에서 바라보이는 대통령의 사택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모래사장과는 달리 아주 조용하게 이수쿨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간혹 경비를 서는 한두 사람만이 오가는 것 이외에는 거대한 성은 말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촐폰알타의 한낮의 거리는 온통 벗고 다니는 사람들뿐이다. 남자는 반바지 차림으로 여자들은 짧은 핫팬츠에 가슴만 가리고 촐폰알타를 활보하고 다니니 여기서 오래오래 머물고 싶은 심정이다.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비슈켁을 거쳐 알마타로 향했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중국의 우루무치로 통해 서울로 돌아갈 계획이기 때문이었다.

지도를 보고 알마타와 촐폰알타와의 직선거리를 남북으로 그어놓으면 2~3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촐폰알타에서 바로 알마타까지 가는 대형버스가 있긴 하지만 너무 느리고 언제 사람들이 모두 꽉 찰지 모르기 때문에 비슈켁으로 미니버스를 타고 다시 알마타로 갈아타는 것이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다. 아무리 빠르게 가도 버스를 이용해서 움직이면 6~7시간은 족히 걸린다.

반대편인 케겐을 통해서 돌아가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워낙 도로사정이 열악해 10시간은 예상해야 되고 물론 그 대가로 아름다운 이수쿨 호수를 감탄하며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하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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