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8-09 17:52:0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낭만·여유 싣고 ‘대륙 횡단’ 기다리는데는 도사가 되어버린 보따리상들은 그사이에 사우나를 찾아 샤워를 하기도 하고 대합실에 드러누워 잠을 자는가 하면 그사이를 못 참아 카페를 전세내어 기차역이 무너지도록 보드카를 마시며 춤추고 한바탕 파티를 벌이는 무리들이 있기도 했다.

보통 일주일 이상을 기차여행 하는 사람들한테 몇 시간 기다린다고 해서 그들에겐 달라질 것이 없는 만큼 무의미한지 모를 일이었다.

버스를 타고 국경선을 넘을 땐 무거운 배낭을 메고 왔다 갔다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겨우 3∼4시간만에 끝낼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1999년과 2000년에도 실크로드 여행을 하면서 중국과 카자흐스탄을 버스와 기차로 각각 2번씩 4번을 육로로 여행한 적이 있는데 지금처럼 국경선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중국쪽에서 2시간 정도 카자흐스탄쪽에서 길어봐야 3시간을 넘지 않았는데 무슨 영문인지 하염없이 시간을 축내고 있었다.

처음에 실크로드 여행을 하면서 구 소비에트 시절 군사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광괘열차를 중국쪽에 맞추어 협괘열차로 작업하는 모습이 하도 신기해 기차에서 내리지 않고 몇 시간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생각이 스치기도 했지만 지금은 솔직히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면서도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비행기나 버스보다 기차가 훨씬 낭만적이라며 위안을 삼으면서 대한민국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기차여행에 위로를 삼는다.

좁은 공간에서 며칠씩 보낼 수 있을까 하지만 따분하거나 온몸이 가려워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끝이 없는 사막과 스텝, 흰눈이 사계절 사라지지 않는 산맥을 지나 바다인지 강인지 구분 할 수 없는 호수를 바라보며 책을 읽으며 창밖의 맑은 하늘을 바라만 봐도 가슴이 저절로 흥분된다.

기차의 느림과 덥고 많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거슬림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넓고 넓은 유라시아 대륙을 여행하는데 기차만큼 무한한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이 없다.

간혹 기차가 불편한 울퉁불퉁한 도로를 따라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아찔아찔한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 때문에 버스의 불편함도 잊을 수 있으니 어떠한 여행도 여기엔 부족함이 없다.

점심을 먹은 후부터 지금까지 9시간째 생리현상을 못보고 있다.

간이 테이블 앞에 먹을 음식이 잔뜩 쌓여있음에도 화장실 때문에 침만 삼키고 있다.

그래도 기다리다 보면 기차는 떠날 것이고 내일 오전이면 중국의 우루무치에 다다를 것이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