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8-19 18: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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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은 ‘쓸고’ 승객은 ‘버리고’ 정저우에서 하루를 머물까 하다가 그냥 떠나온 것이 화근이 된 것인지 침대칸과 좌석칸의 사람들이 이토록 의식구조의 차이가 나는가를 새삼스레 느끼게 했다.

내 옆 왼쪽에 자리잡은 젊은 놈은 계속해서 담배를 피워대고 오른쪽에 앉아있는 네 명의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 같은 주먹만한 놈들은 연신 가래침을 내뱉으며 포카를 치는데 담배연기가 기차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기차여행의 즐거움은 오래오래 타고 가며 창 밖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재미가 제 맛인데 어쩔 수 없이 짧게 움직일 경우 지금처럼 좌석칸에 있다보면 별의별 희한한 꼴을 겪게된다.

오늘 오후의 베이징행 열차는 나를 완전히 5년전 실크로드를 여행할 때로 되돌려 주었다.

칭따오-지난-취로우-정저우-뤄양-시안-난저우-시닝-우웨이-장예-가욕관-류위엔-뚠황-하미-샹샨-투루환-우루무치-쿠얼러-쿠처-아커쑤-카스카얼 이길은 내마음이 울쩍할 때 마다 지난 5년간 내가 자주 탔던 중국의 서쪽으로 기차여행을 떠나며 머물렀던 곳이다.

이번 기차여행을 하면서 너무도 달라진 중국인의 의식구조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는데 오후에 베이징으로 올라오면서 옛날옛적의 추억으로 컴백했다. 젊은 놈이나 늙은 사람이나 하는 짓거리가 어쩌면 저리도 똑같았는지 감탄할 정도였다.

젊은 열차 승무원은 이마에 땀이 나도록 빗질과 걸레질을 하고 다녀도 어느새 담배꽁초가 의자밑에 수두룩하게 쌓여버리곤 했다.

이번 기차여행에 있어서 사뭇 달라진 것중에 하나가 열차 승무원의 나이가 상당히 젊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보통 40∼50대의 사람들이 열차 승무원으로 일을 했는데 이번 기차여행에서는 갓 철도대학을 졸업한 20대의 젊은이들로 대거 수술을 한 것이 눈에 띄었는데 정치권에서만 세대교체 운운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피끓는 젊은 열차 승무원이 아무리 쓸고 닦아도 담배꽁초 버리고 가래침 뱉는 놈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늦은 저녁시간임에도 전혀 배가 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머리가 곤두서는 신경질 속에 베이징 서역에 21시에 도착해 주머니를 닥닥 뒤져보니 겨우 64위안이 전부였다.

베이징 남역에 위치한 도미토리 호텔에서만 잠을 자야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11명이 잠을자는데 18위안에 야진까지 합해서 58위안 거기에 베이징 남역까지 가는 2층 버스비 2위안 하면 아슬아슬 하게 맞아떨어지는 돈이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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