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8-23 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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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아파트로 떼돈버는 중국인 한밤중에 어디서 돈을 좀 바꿀 수 없을까 하다가 전에는 보지 못했던 호텔하나가 베이징 서역앞에 자리잡고 있었다.

큼지막한 한국말로 한마디로 말해 “우리 술집에 와서 한잔 하십시요”라는 말이였다.

배낭을 짊어지고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한국에서 온 아줌마 아저씨들로 야밤의 호텔 로비는 아수라장이 되었고 여기저기서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는 내가 정저우에서 베이징까지 기차를 타고 오면서 욕을 했던 중국의 젊은 놈 못지 않았다.

카운터 아가씨에게 100달러를 지불하고 20달러만 위안으로 바꾸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달러 잔돈이 없어 곤란하다는 말을 하는데 분명 책상에 놓여있는 달러는 눈에 안 보이는지 바꿔줄 수 없다는 말을 하는 속셈은 얼마 되지 않는 100달러까지 모두 베이징에서 사용하고 돌아가라는 눈빛 이였다.

다행스럽게 아저씨, 아줌마를 인솔하는 한국의 여행업자에게 20달러짜리 5장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 가운데 20달러짜리 한 장만 위안으로 바꾸어 로비를 나오는데 조선족이 경영하는 민박집이 있는데 김치가 끝내주게 맛있게 한다는 말에 귀가 얇아져 식사비 포함해서 자그마치 100위안짜리 방에서 묶기로 했다.

중국을 그동안 여행하면서 단 한번도 민박을 하지 않아 하룻밤 정도 민박을 하면서 새로움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아 선뜻 잠을 자기로 하고는 택시를 탔는데 공항으로 빠져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아파트까지 자그마치 택시비만 49위안이 나왔다.

밤 11시에 도착한 아파트는 상상을 초월한 대궐 같은 아파트였다.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진 아파트는 윗칸에만 4개의 침실이 있었고 아랫칸에도 2개의 침실에 따로 따로 샤워실을 갖추었으며 인터넷이 짱짱하게 연결되는 최신형 컴퓨터 2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웬만한 중국인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그런 아파트가 중국에 여행하러 온 한국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기분 좋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손님들을 위해서 한명있는 딸만 방에서 재우고 다른 식구들은 응접실에서 잠을 자며 하루에 보통 600∼700위안이 들어오니 160위안으로 환산을 하면 한국 돈으로 290만원에서 340만원을 아파트에 앉아서 세금 한푼 안내고 으리으리한 아파트에서 떵떵거리며 어깨에 힘주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아파트에서 잠을자도 불편한건 매마찬가지여서 이런 기회가 없었던 만큼 하루 푹 쉬고 내일 서울로 가는 걸로 족해야겠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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