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왜 성형에 열광하는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8-25 18: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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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의 문화사 샌더 L. 길먼 지음/ 이소출판사 刊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유방 확대수술을 받은 한국 여성들이 선호하는 유방 보형물 크기가 1994년 135cc에서 올해 265cc로 10년만에 2배 가량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브라질, 이스라엘은 오늘날 쌍꺼풀 성형에서 엉덩이 성형, 뱃살제거 수술에 이르는 각종 성형수술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헐리우드의 여배우치고 몸에 칼 한번 대지않은 경우가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고의 가슴 실리콘 삽입률을 자랑하고 있다.

샌더 L. 길먼 교수(미국 일리노이대)의 ‘성형수술의 문화사’(이소출판사 刊. 곽재은 옮김)는 근대이후 인류가 성형수술에 열광하게된 배경과 전개과정을 문화사적 관점에서 조명한 역사서.

결론부터 말하면 성형수술이 이토록 보편적 마력을 발산한 원인은 ‘통과의례‘(passing)의 욕구 때문이라는게 저자의 분석. 스스로 동일시하고자 하는 집단의 일원에 소속돼 인정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에서 성형수술에 탐닉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자아 개조’에 나섬으로써 나쁘거나 용납되기 힘든 이미지를 좋게 바꾸려는 ‘심미적인 수술’(aesthetic surgery)이 성형수술로, 여기에는 타인에게 비쳐지는 신체의 이미지가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선악 등의 가치판단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

권력의 필요에 따라 성형이 강제되기도 했는데, 나치 독일과 파시즘이탈리아의 치하에서 강제된 성형 수술이 대표적 사례. 1936년 독일에서 시행된 군복무 관련 법령은 국가가 ‘임무 수행능력의 극대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입대 예정자의 신체를 개조할 것을 승인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었다.

독재자 무솔리니도 장교들의 전투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으로 40세 이상의 장교들에게 모두 눈꺼풀 수술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처진 눈꺼풀이 시야를 떨어뜨린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19세기 후반에만 해도 가슴 성형은 ‘유방 축소술’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심미안이 시대별로 무척 달랐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인데, 당시 의사들은 지나치게 큰 가슴을 축소하는 방법을 찾는데 주목했다. 요즘 가슴 성형이 ‘유방 확대술’을 뜻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무척 대조적이다.

비록 성형수술의 함의와 방법이 시대에 따른 변주를 보였지만, 그것을 받쳐주는 이데올로기는 통과의례를 거친 결과로 ‘신체적 주류’에 편입할 수 있다는 믿음체계이다.

512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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