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 허상 꼬집어 발칙한 흥미 문제작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8-28 19: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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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가족 젊은 여자와의 섹스를 즐기는 남편, 옆집 ‘고삐리’를 꼬드겨 ‘사고’를 치는 아내, 나이 예순에 처음 오르가슴을 느껴봤다고 좋아하는 시어머니.

영화 ‘바람난 가족’(제작 명필름)은 남편, 부인, 시어머니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바람난 집안의 이야기다.

‘처녀들의 저녁식사’, ‘눈물’을 연출했던 임상수 감독은 전작들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성(性)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두 영화에서 솔로들의 섹스 이야기나 탈선한 청소년들의 성이 소재로 쓰였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온 가족의 성생활이 전면에 등장하는 편.

집안의 가장이며 변호사인 영작(황정민)은 특별히 돈을 밝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올바른 일만 도맡아 하는 정의파도 아닌 평범한 30대 남자. 영작의 바람 상대는 한참 나이가 어린 젊은 여자 연(백정림)이다. 영작은 그럭저럭 아내와의 성생활에 충실하면서도 젊은 애인과 섹스를 즐긴다.

아내 호정(문소리)은 현재는 동네 무용학원에서 춤을 추는 것이 전부인 전직 무용수. 입양한 아들 수인(장준영)을 키우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주부다.

한편 영작의 아버지 창근(김인문)은 6.25 때 북에 두고온 가족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간직한 실향민으로 일생을 술에 빠져 살다 간암에 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이에 개의치 않는 듯 아내 병한(윤여정)은 초등학교 동창생과의 늦바람이 즐거울 따름이다.

남편이 이집 저집 오가며 섹스에 열중하고 시어머니는 오르가슴의 발견에 기뻐하던 어느날 호정에게도 바람날 대상이 나타난다. 옆집 고등학생 지운(봉태규)이 맴돌기 시작한 것. ‘찐하게 연애 한번 하자’는 지운의 제안을 호정은 유쾌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던 중 이 ‘바람난 가족’의 평온을 깨는 사건이 발생한다. 영작의 실수로 차 사고를 당한 우편배달부(성지루)에 의해 아들 수인이 살해당한 것. 수인의 죽음에 괴로워하던 영작과 호정은 서로의 ‘바람’에 대해 말다툼을 벌이고 각자의 애인을 찾아가는데…

여기에 연기 잘하기로 이미 유명한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 속도감 있으면서도 깔끔하게 전개되는 감독의 연출력도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점이다.

‘자유로운 성’이 ‘가족’이라는 틀 안에 들어오면서 감독은 전작들에 비해 주장의 강도를 높인 느낌이다.

“인생 솔직하게 살아야 돼. 내 느낌대로. 그렇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지.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아야지.”라며 아들 내외에게 털어놓는 시어머니의 대사는 감독이 하고 싶은 얘기를 대신 해주는 듯하다.

발칙하고 흥미로운 ‘문제작’에 그칠 뿐 그 이상의 걸작이라고는 표현하기 힘든 이유는 여기에 있는 듯.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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