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프루프’ 광인 천재수학자의 딸이 아버지의 궤적을 밟지 않으려는 고뇌를 담은 연극 ‘프루프’(오는 28일까지, 제일화재 세실극장)는 잘 짜여진 극본과 깔끔한 연출, 충실한 연기가 어우러진 무대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연극의 첫번째 장점은 건물의 기본 설계에 해당하는 극본.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어번의 이야기는 치밀하다. 광기로 비참한 말년을 보낸 천재 수학자의 딸 캐서린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불안정한 기질과 싸우며 주변 사람과 갈등을 빚는 과정을 꼼꼼하게 엮었다.

주인공 캐서린의 25번째 생일날 아버지와 나누는 어색한 축하, 뒤이어 밝혀지는 아버지의 죽음, 아버지의 제자 헬과의 미묘한 감정과 그녀가 썼다고 주장하는 한 권의 수학증명 노트.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는 1막에는 2막의 실마리가 되는 복선들이 체계적으로 배치됐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2막에서는 캐서린이 혼란을 겪을만한 아버지의 피폐한 말년의 모습과 그 때문에 헝클어진 언니와 캐서린, 헬과 캐서린의 관계가 그려진다.

1막에 제시된 복선들이 개연성있게 발전했기에 갈등의 고조에 무리가 없다. 단어 하나에서부터 소품의 사용에 이르기까지 캐서린 내면의 혼돈의 징후와 외부 인물들과의 갈등을 동시에 표현하도록 배치된 극본의 이중구조 역시 극적 재미를 배가시키는 대목. 수학을 소재로 했지만 그 속의 미묘한 인간관계를 묘사하는 데 주력한 연극이다.

인간이 인간을 믿는다는 간단한 이야기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뒤틀릴 수 있으며, 또한 그만큼으로 간단하게 회복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공연시간 화~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 7시30분. 일요일 오후 3시. 6시.

2만~3만원. 02-516-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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