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욕망은 소설 창작 행위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욕망, 사회적 욕망, 집단적 열망, 이 모든 것을 망라한 갈등 구조를 그려내는 것이 바로 소설이고, 소설이라는 형식 역시 작가의 창작 욕망의 발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망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쓴 소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사랑과 증오, 성공욕 등 다양한 욕망의 형태를 빌려 묘사되어 왔을 뿐이다. ‘비키니를 입은 공룡’은 사랑과 욕망 사이의 관계, 욕망의 합리화, 욕망의 시작과 끝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소설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작가는 공룡을 욕망의 화신으로 대변했다. 엄청난 식욕을 감당하지 못해 자멸의 길을 걸었던 공룡과 인간 사이에서 욕망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낸 것이다. 다만 작가는 인간의 욕망 중에서 성욕, 즉 섹스에 대한 열망에 그 초점을 맞추었다.
작가의 눈을 빌리자면 ‘도시’는 거대한 섹스 욕망을 길러내는 ‘인큐베이터’이다.
이 대목은 훗날 교주가 되어 인간의 섹스 욕망을 단죄코자 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내건 상호의 이름을 ‘인큐베이터’라 명명하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작가에게 있어서 도시는 남성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빌딩들이 불쑥불쑥 솟아 있는 남근의 상징인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비키니를 입은 공룡’을 통해 욕망의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한마디로 욕망의 실체와 욕망의 비극이랄 수 있다. 인간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지만 결국 그것은 ‘욕망’이 가면을 쓰고 등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한 여인의 지순한 사랑도, 불륜을 삶의 탈출구로 이용했던 한 남자의 사랑도 모두 욕망이 친 거미줄일 따름이다.
욕망은 비극을 낳는다. 결혼이라는 규약 속에서 벌어지는 일탈의 욕망이라면 더욱이 그렇다. 결혼은 사회적 제도이며 이 제약을 벗어난 욕망은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외 정사는 사회가 존속하며 인간이 집단 체제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한 언제나 가정과 개인의 비극으로 결말을 맺게 된다.
그러나 작가는 이 문제를 상반된 경우를 통해서 다시 재조명한다. 철저하게 윤리적 제약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가려는 인간들의 몸부림이 바로 그것이다. 욕망만을 따르고 결혼제도가 갖는 소유에 대한 특권과 의무를 동시에 내다버린 두 사람의 삶이 후반부에 펼쳐진다.
전반부의 남과 여가 가정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서로를 욕망 하다가 파멸에 이른 사람들이라면 후반부의 남과 여는 처음부터 서로의 욕망을 존중해주기로 하고 사회적 제약을 파기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엔 자유로울 것 같은 이 계약도 혼외 정사 못지 않은 위험한 게임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제약 없는 욕망의 추구 속에서 인간은 또 다른 욕망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소설의 묘미는 이 도박 같은 이야기들에만 있지 않다.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을 이끌어내면서 생각지 못한 음모를 꿈꾸는 것이다. 어쩐지 현실을 벗어난 듯한 이 음모는 마치 환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도 선사한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그 음모 역시 파멸을 원하는 인간 속의 욕망이라는 점이다.
욕망을 꿈꾸는 자, 욕망을 처단하려는 자 모두가 결과적으로는 욕망의 희생물일 뿐이다. 여기에 대해서 작가는 어떤 결론을 내리는가? 책 속에는 다양한 결론과 무수한 사고가 존재한다. 등장인물 모두가 저마다 욕망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삶과 자신의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 정작 작가 자신은 보여주기만 할 뿐, 어떤 결론도 내리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작가 자신 안에도 다양한 욕망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고, 다양한 목소리들을 자신의 언어로 만드는 것은 바로 독자의 몫이라고 말한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저 우리 안에 꿈틀대는 욕망의 실체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서 욕망덩어리인 자신과 사회, 인간 전체를 되새겨보기만 한다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로컬거버넌스] 경기 김포시, 교육발전특구 성과보고회](/news/data/20251230/p1160278487779617_377_h2.jpg)
![[로컬거버넌스] 인천관광공사, 연말 겨울여행 명소 추천](/news/data/20251228/p1160273383015143_705_h2.jpg)
![[로컬거버넌스] 전남 영암군, '혁신군정' 성과](/news/data/20251225/p1160285318798120_814_h2.jpg)
![[로컬거버넌스]인천관광공사, 연말연시 인천 겨울 명소 추천···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news/data/20251224/p1160266097659898_239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