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흐름’에 ‘나’를 맡기고…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9-23 19: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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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봉 ‘그 곳은 장소가 없다’展 이기봉의 작품들은 ‘물의 흐름’에 맡겨져 생성과 변화, 소멸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물’은 또한 그 자체로 환경을 만들어내며 관람객의 신체적인 반응을 유도하기도 한다.

오는 27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이기봉 개인전 ‘There IsNo Place-The Connective(그 곳은 장소가 없다-접속사)’전은 회화와 설치작업을 통해 물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그에 따른 변화를 보여준다.

설치작품 ‘수면기계 There is No Place: The Sleep Machine’은 시각적 반응 뿐 아니라 졸음을 불러오는 신체적 반응을 유발시키는 작업이다. 전시장 한가운데 흰 매트리스가 놓여있고 사면을 수직선들이 촘촘하게 둘러싸고 있다. 선을 따라 내려오는 붉은 물방울들은 위기감과 긴장감을 보여주지만 천천히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응시하면 나른한 기분이 절로 생겨난다.

수족관 속에 두개의 병이 부유하는 ‘I Couple 사랑과 애증의 대화’는 마음속 두가지 자아를 나타낸다. 이들은 분리되기도 하고 다가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수족관 속을 떠다니는 책을 묘사한 ‘독신자-이중적 신체’는 펼쳐졌다 접혔다 하면서 물의 흐름에 따라 떠다니는 책의 모습을 통해 나비가 날고 있는듯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강렬한 형광색의 책상 ‘잔인한 커플-이중적 의미’는 책상 주변에 액체가 흘러내린 모습을 연출, 견고한 것으로 보이는 고체도 녹아버린다는 ‘허무한 인상’을 준다.

흑백으로 된 그의 평면작업 ‘Bubble Reading’ 시리즈는 몽환적 분위기의 아날로그적 묘사와 점자를 연상시키는 디지털적 기호의 나열로 구성된다. 불투명한 흰색 화면에 꽃과 같은 자연물이 배어나오게하는 작업과 검은 표면에 물방울이 맺힌 듯한 이미지를 대비시켜 구체적인 사물이 형체도 없이 추상적인 사물로 변해버린 모습을 나타낸다.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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