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러브스토리 지겹다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0-06 17: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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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크리터리 잘 생긴 남자와 그 못지않게 예쁜 여자가 운명적으로 만나 서로 호감을 갖는다. 이상하게도 초반에 미적미적하던 둘의 사랑은 고비를 맞으면서 오히려 불이 붙는다. 결국 역경을 극복한 주인공들은 멋진 키스와 함께 해피엔딩을 맞는다.

이런 식의 뻔한 로맨틱 코미디가 지겨워 극장 가기가 꺼려질 정도라면 영화 ‘세크리터리’(원제 Secretary)에 시간을 투자해도 좋을 것 같다.

영화 ‘세크리터리’에 등장하는 남녀는 그동안의 로맨틱 코미디에 등장했던 커플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막 요양원에서 퇴원한 리(매기 질렌홀). 겉으로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아가씨지만 쑥스러운 병 하나를 숨기고 있다. 바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면서 쾌감을 느끼는 병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사회 적응’에 힘쓰던 그녀는 빼어난 타이핑 실력으로 어렵지 않게 변호사 사무실에 비서로 취직한다. 보스 에드워드(제임스 스페이더)는 멀쩡한 외모에 능력도 있는 변호사. 리는 첫번째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잘 해보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유난히 되는 일 없이 꼬이기만 하던 어느 날, 리는 또 다시 사무실 구석에서 자해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이 광경은 에드워드의 눈에 정면으로 목격된다. 성난 얼굴로 리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이는 에드워드.

하지만 웬걸? 잔뜩 긴장해있는 리에게 에드워드는 타이핑에 오타가 있다며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한다. 에드워드는 때리면서 쾌감을 느끼는 스타일.

이제 두 사람은 서로 때리고 맞는 일을 반복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서로 교감을 나누게 되고 리는 에드워드에게 점점 더 노골적인 애정 표현을 하는데...

변태스러운 애정 행각이나 비서와 보스의 사랑이라는 줄거리에 대한 거부감도 잠깐, 영화는 관객들에게 흐뭇한 웃음 주기를 멈추지 않는다.

가장 큰 매력은 정형성을 탈피한 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 지 쉽게 예측이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영화는 엔딩장면에서까지 멋진 키스보다는 바퀴벌레를 등장시켜 관객들의 입에서 즐거운 탄성을 자아낸다.

1998년 ‘히트미’로 데뷔한 스티븐 쉐인버그 감독의 두번째 영화. 남자 주인공 제임스 스페이더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로 89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리 역의 매기 질렌홀은 ‘도니 다코’, ‘컨페션’ 등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난 적이 있다.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독창성 부문 심사위원특별상(Special Jury Award for Originality)을 수상했으며 인터넷 영화전문 사이트 IMDB(Internet Movie DataBase)의 네티즌 별점에서도 10점 만점 중 7.3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18세 관람가. 상영시간 104분. 서울 종로의 코아아트홀에서 단관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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