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가 장황하게 늘어놓았던 탐정소설 얘기 같은 ‘사건’의 줄거리는, 김대호의 실종으로 이어지면서 일단 막이 내렸다.
그러나 윤기자의 얘기는 서론에 지나지 않았고, 본론은 아직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한 상태였다.
방안의 분위기가 한층 더 달아오르고 있는것도 그 때문이었다. 과연 김대호 선생은 누구에 의해 어디로 끌려갔단 말인가? 그리고 생사문제는...? 아무리 알고 싶어도 가해자와 피해자 외엔 아무도 풀 수 없는 고난도의 수수께끼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방안의 사람들이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 즉, 불길한 쪽에다 비주을 두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윤기자 자신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고 있었을 때의 분위기와 그 얘기가 끝났을 때의 분위기가 1백 80도로 달라진 것도 그런 연유 때문이었다. 방안의 모든 사람들은 너나 할 것없이 천동소리 듣고 나서 귀가 먹먹하고 머리가 띵하고 눈망울이 퀭하고 어깨는 축 늘어지고...볼장 다 본듯한 심한 얼굴로 바뀌었다.
한결같이 구드러진 얼굴은 실망, 좌절, 경악, 분노, 비애, 회한, 증오, 저주, 아픔 등등 갖가지 색깔을 띤 혼합감정의 심벌로 바뀌어 버렸다. 마치 능숙한 연기력을 발휘해서 관객들로 하여금 표정관리란 쉬운게 아니구나! 하고 느끼게끔 연예인으로서의 눈물겨운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그런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아, 김대호 선생! 비록 몸은 끌려갔더라도 죽지 않고 살아 있기만 한다면 불행 중 다행이련만... 천지신명만이 아는 일이고 보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인 주제에 뉘라서 운명을 어쩌고저쩌고 탓할 수 있단 말인가? “김대호 선생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생사여부를 가늠할 길이 없지 않습니까? 설령 몸은 끌려갔어도 살아 계시기만 한다면 다행이겠지만,
절망적일 때엔 이 얼마나 암담하고 비참한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이건 저의 소박한 의견인데요, 여러 선배님의 견해를 한번 종합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거든요. 각자 묘안을 내놓으시는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타개책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양부위원장님과 제휴하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고 보구요”
먹구름이 드리운 듯 어둡고 무거운 방안 분위기에 찬물 아닌 뜨거운 물을 끼얹고 숨통을 틔운 사람, 그는 집주인 김순익이었다. 그는 매우 안타까운 얼굴로 좌중을 둘러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진솔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좋아요. 김동지! 자, 우리 용기를 내자구요. 다 같이 손을 잡고 지혜를 하나로 모은다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난관을 타개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묘책을 찾아보기로 합시다” 고정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한 목소리로, 의기소침한 동료들에게 힘을 내며 분발할 것을 부추겼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중구난방으로 의견 교환하는 방식에 얽매일 것 없이 각자 따로따로 의견을 내놓는 겁니다. 김대호 선생 실종사건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이냐에 대해서 말입니다. 먼저 저의 제시한 의견에 대해 가부간 한마디씩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이만성의 제안이었다.
그는 어느 누구못지 않게 아니 유별나게 침통한 얼굴이었고 목소리엔 울음이 섞여 민망하게 들릴 정도였다. “이만성동지의 의견대로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소. 우선 각자 한마디씩 소신대로 생각을 말해 보시오!”
고정관이 서슴없이 동의를 하자, “이의 없습니다. 찬성입니다” 열 입이 한 입처럼 똑같은 노랫글을 똑같은 곡조로 합창하듯 외치며 박수를 쳤다. 잠시 머릿속을 가다듬느라 봄바람을 몰고 오는 먼바다의 파도 소리처럼, 가슴 속 속삭임으로 해서 침묵의 분위기는 들먹임을 멈추지 않았다.
모두가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다듬은 만큼, 한 사람씩 표출해내는 의견들은 매우 진지하고 기발한 내용이었기에, 특기할만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방안의 분위기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일 번 타자로서 맨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물론 고정관 이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로컬거버넌스] 경기 김포시, 교육발전특구 성과보고회](/news/data/20251230/p1160278487779617_377_h2.jpg)
![[로컬거버넌스] 인천관광공사, 연말 겨울여행 명소 추천](/news/data/20251228/p1160273383015143_705_h2.jpg)
![[로컬거버넌스] 전남 영암군, '혁신군정' 성과](/news/data/20251225/p1160285318798120_814_h2.jpg)
![[로컬거버넌스]인천관광공사, 연말연시 인천 겨울 명소 추천···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news/data/20251224/p1160266097659898_239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