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대하소설 황제의 싸움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0-11 15:11:18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다시보는 제주 4.3 民亂 (10) 큰나무, 설땅이 없다
◇고정관의 의견

김대호 선생이 생존해 있기를 충심으로 바라마지 않지만, 예감은 불길한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어서 절망적인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소. 배후세력은 개인이라기 보다는 집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구...

어둠 속의 집단은 오래 전부터 제거를 위한 음모를 꾸며 오다 김대호 선생이 극비리에 상경하는 기회를 포착하고, 범행장소를 연락선으로 정한거요.

동행자가 신문기자라는 점이 저해 요인이었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을 소냐 하고 하수인들에게 지령을 내렸겠지요. 화류계 여성하나를 매수해서 멋진 연기력을 발휘토록 하고, 애꿎은 윤기자를 치한으로 몰아 화물칸 속으로 감금하는 데 성공했고, 김대호 선생을 뱃전으로 유인해서 바다에 생매장을... 나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암살사건이라고 추정하고 싶어요.

◇조용석의 의견

나의 견해는 좀 다릅니다. 윤기자의 기습적인 봉변사건과 김대호 선생의 실종을 각각 별개의 사건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얘기지요. 배후세력이 개인 아닌 집단이라는 점엔 동의합니다.

그러나 윤기자는 ‘건준’에 적을 둔 채 신문사에 몸담고 있잖습니까? 신문기사에 원한을 품은 자가 보복의 기회를 노려왔다고 볼 수 있겠지요. 김대호 선생과 함께 상경 도중에 일어난 사건일 경우, 범인의 정체에 대해 혼선을 빚기 쉬운 것 아니겠습니까? 양다리 걸친 사람이기 때문에, 범인은 혐의의 과녁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잇점을 계산에 넣을 수 있구요.

많은 사람들은 윤기자를 두고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라고 빗대기 쉽다는 데 함정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김대호 선생은 어린애가 아닌 윤기자이고 보면, 어련히 알아서 해결할 것 아니겠느냐 싶어 혼자 상경하신 게 아닐까 싶거든요.

이튿날 돌아오신다고 했다지만, 예상외로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도 없지 않으리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요.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 보았으면 싶은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

◇오진구의 의견

저는 배후 세력에 관한 대목은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고,

김대호 선생의 실종에 관한 한 우선 생사문제를 1의 과제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고 하겠습니다. 아직은 목겸담도 들을 수 없고 이렇다할 물적 증거도 입수 되지 않는 마당에 섣불리 단정짓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래서 저는 생존과 사망을 비율로 따졌을 때, 50% 대 50%로 보고 싶어요. 어느 쪽에도 둘 수 없으니까요. 어쩌면 살아 계실 것 같고,

어쩌면 이미 고인이 되었을 것 같구...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그러면서도 집요하게 마음이 끌리는 대목이 있단 말입니다. 그것은 반대 세력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정치적 ‘겁주기 작전’이라는, 그런 생각도 떨쳐버릴 수 없다는 겁니다. 설마하니 목숨을 빼앗기는 참극까지 어떻게...? 상식적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말입니다.

◇이만성의 의견

저는 고정관 선배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윤기자의 봉변사건은 김대호선생 암살 계획을 실현하는 과정에 어쩔 수 없이 빚어진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여집니다. 한꺼번에 두 사람을 해치우기란 너무 벅찬 일이고,

그래서 장애물이 되고 있는 윤기자를 빼돌린 다음 (어쩌면 그 이전에) 김대호 선생은 그럴싸한 구실로 뱃전으로 유인을 해서, 눈 깜짝하는 사이 천인 공노할 만행을... 밤의 망망 대해에 수중 고혼이 되었다는 얘기지요.

때에 따라서는 기적이라는 것도 없는 것 아니지만, 저는 십중팔구 고인이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의 판단이 망상으로 끝난 다면 오죽이나 다행한 일이겠습니까 마는 웬일인지 제 몸과 마음이 자꾸 떨리기만 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평화로운 이 고장에 그 같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참극이 발생했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30만 도민에게 도전한 범죄집단을 색출해서 응징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김순익과 윤기자의 의견이 나왔었지만, 김순익은 조용석과 그리고 윤기자는 오진구와 각각 겹치기 의견들을 내놓고 있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