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으로 빚어낸 ‘가을’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0-11 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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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정기공연 ‘비어있는 들’…16일 해오름극장 만산에 만개한 낙엽과 수확을 기다리는 들녘의 풍경, 황혼녘 낙조의 화려함…


가을은 아름다운 성장(盛裝)의 계절이다. 그러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사라짐과 헤어짐을 전제로 하는 까닭에 그 안에는 찬란한 슬픔이 담겨 있다.

곧, 가을은 다시 피어나기 위해 사라지고, 다시 만나기 위해 이별해야 하는 이율배반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화려하지만 슬픈 계절이다.

한순간의 절정 뒤에 이내 종말을 맞는 낙엽 같은 인생에 쓸쓸함을 느끼듯이.

국립무용단은 제85회 정기공연이자 국립극장 남산 이전 30주년 기념작 ‘비어있는 들’(김현자 안무)을 오는 16일(목)부터 19일(일)까지 나흘 동안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국립무용단의 변화된 모습과 김현자 단장의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상징과 감성으로 가득 찬 본격 컨템퍼러리 댄스 ‘비어있는 들’은 ‘생춤’, ‘기의 춤’ 등 항상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거장 김현자씨의 국립무용단장 취임 이후 두 번째 작품.

가을이라는 계절을 통해 인생을 관조하며 이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에는 가을의 우울한 창(窓), 가을 숲, 가을의 오가는 비, 누님 같은 하얀 국화꽃, 가을 단풍, 빈들을 가득 채운 갈대와 갈대밭을 박차고 나는 철새의 무리 등 다양한 가을의 이미지가 형상화되어 있다.

지난 4월 이미지 댄스 ‘바다’가 국립무용단의 변모된 춤 스타일을 선보이며 한국 춤의 컨템퍼러리를 유감 없이 보여준 반면에 크누아(KNUA)무용단과의 전작을 바탕으로 국립무용단장 부임 후에 새로운 후반부를 추가한 공연이었다면, 이번 작품 ‘비어있는 들’은 김현자 단장이 작품 초기부터 국립무용단원들과 함께 혼신의 창작열을 불어넣으며 완성한 사실상 국립무용단과의 첫 호흡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전작 ‘바다’를 통해 한국 전통 춤사위에서 뽑아낸 활발하고 역동적인 부분을 적극 응용하여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한국춤의 힘과 강한 표현력을 유감 없이 선보인 김현자 단장은 이번 작품 ‘비어있는 들’에서는 특유의 무용적 감성을 통해 가을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정경(情景)과 그 쓸쓸한 이면(裏面)을 스케치한다.

박동우의 무대디자인 또한 가을 소묘를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 관객석 바로 앞까지 돌출한 ‘비어있는 들’의 심도 깊은 무대를 통해 관객들은 보다 입체감 있고 살아있는 가을의 이미지들을 관조할 수 있다.

저 멀리 숲의 정경이 보이다 마치 물결같이 가까이 다가서는 등 눈앞에서 다가오고 멀어지는 장면들이 마치 살아있는 자연인 양 펼쳐질 예정.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는 가을 들판과 언덕, 물결치는 갈대의 모습, 산을 형상화한 무대 등을 통해 가을 정경을 생생하게 다가오고 때로는 멀어지게 한다.

무용을 감싸주는 음악은 강은구가 맡고 있는데, 장면 장면에 맞게 거문고 다스름, 영산회상, 피아졸라의 음악, 범패, 우크라이나 초원의 노래 등을 결합하여 더욱 생동감을 더해 주고 있다.

공연시간 16일(목)∼19일(일)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4일 4회 공연.
문의 및 예매 02-2274-3507∼8 또는 www.ntok.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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