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금속과 ‘꽃’의 어울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0-13 17: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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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성‘사이-식물’展 박훈성의 작업은 캔버스를 비롯해 아크릴, 알루미늄 등 다양한 판재를 가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판재들은 단순하게 그림을 받쳐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판재의 물성이 현실의 냉정함이나 감정이 배제된 지적인 날카로움 등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정서를 대변한다.

이 차가운 판재 위에 부드럽고 따뜻한 꽃들이 피어난다. 극사실주의 수법으로 그려진 꽃들은 판재가 갖는 물성과 결합하여 전혀 다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우리의 고정된 시각과 개념에 변화를 주기 위한 충돌”이라고 정의한다.

오는 25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리는 박훈성 개인전에서는 최근작 ‘사이-식물 Between-Plants’ 연작이 전시된다. 이 연작들은 사물자체보다 사물과 사물들 사이의 차이, 틈새를 다루고 있다.

극사실로 묘사된 그의 식물 이미지는 화사한 장미꽃을 비롯해 장식성이 뛰어나다. 이 화려한 꽃들은 관람객들의 시각과 개념, 상상력에 충돌을 일으킨다. 꽃들은 만져보고 싶은 이미지로 정교함과 섬세함이 돋보이지만 금속 배경과 구성된 물질은 매끄럽게 처리되어 차갑기만 하다.

꽃은 극사실에 가까운 사실 묘사로 실물처럼 보이지만 배경이나 꽃 주변에 붙여진 물질, 원형의 구멍들은 추상이다.

따뜻함과 차가움, 이미지의 구상성과 공간이나 사물의 추상성을 통해 작가는 자신의 주제를 명확히 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회화는 단순히 장식적 즐거움을 주는 이미지 재현이나 난해한 개념의 시각적 유희가 아니라 작가의 표현대로 “이미지와 사물과의 관계 탐구를 통한 인간의 보편적 인식과 개념의 변화”라는 것이다.

이미지와 사물 사이에 개입하는 것은 ‘상상력’인데 사실적 이미지와 추상적 사물과의’사이’에 깃든 ‘상상력’은 감상자들의 몫이다. 문의 732-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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