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며칠 전인 1989년의 어느날 동독.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는 아들 알렉산더(다니엘 브뢸)와 달리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열성 공산당원인 어머니 크리스티아네(카트린 사스)에게 길거리의 시위대는 그저 한심한 사람들일 뿐이다.
며칠 후 ‘수백 명의 인파들이 산책을 나와 자유의 벽을 넘어 산책할 권리를 주장하던’ 어느날 알렉산더가 시위대의 틈에 끼어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을 본 크리스티아네는 심장마비로 쓰러져 코마 상태에 빠진다.
그로부터 8개월 뒤 어머니는 겨우 의식을 회복했지만 세상은 완전히 딴판이다.
이제 베를린 장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에리히 호네커 서기장은 사임했다. 대학생이던 누나에게 이제 학교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누나는 햄버거 체인에 취직해 서독출신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으며 체크포인트의 경비원들은 관광객들과 사진찍기에 바쁘다.
이제 어머니도 깨어났으니 힘들지만 새로운 세상에 적응을 하며 살길을 모색해야 할 때. 하지만 크리스티아네의 심장은 여전히 건강하지 못하다. 의사는 아주 작은 흥분에도 생명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녀가 달라진 세상에 쇼크를 받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 방법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어머니가 통일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 밖에 없다. 이제부터 이 효자 아들의 거짓말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10월 24일 서울 대학로의 하이퍼텍나다에서 개봉하는 ‘굿바이 레닌’(원제 Good Bye, Lenin!)은 흐뭇한 웃음과 뭉클함이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영화.
영화는 비슷한 분단 상황에 있는 우리나라에는 통일 후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을 미리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독에서 껌 값인 47마르크는 동독에서는 한달 생활비에 해당하는 금액. 동독의 젊은이들은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고 교장선생님은 은퇴 후 술자리나 찾아다니게 된다. 동독 최초의 우주비행사는 택시 운전사로 일하는 신세가 되고 삶의 속도는 가속기 속의 원자처럼 빨라진다.
동독에서 인기있었던 피클은 이제 더는 슈퍼마켓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고 예전의 촌스럽던 옷들은 기념품 가게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자취를 감춘다.
이런 식의 사회상은 어머니를 위해 아들이 벌이는 소동의 웃음과 감동에 곁들여진다.
알렉산더는 새 아파트를 동독시절의 모습으로 돌려놓고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예전의 피클 통조림을 구한다. 초등학생들을 고용해 동독시절의 노래를 부르게 하고 급기야는 친구와 함께 동독의 발전과 서독의 붕괴를 담은 TV 뉴스까지 제작하기에 이른다.
어색함이나 과장 없이 눈물과 웃음을 번갈아 전해주던 감독은 영화의 말미에 “이들이 사는 세계는 다른 세상이니 상관하지 말자”라는 주인공의 대사로 독일 방식의 통일이 최선은 아니었다는 목소리도 들려주고 있다.
상영시간 118분.
임병화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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