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전문 변호사 ‘꽃뱀’에 반하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0-27 18:37:5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참을 수 없는 사랑
`섹시 가이’ 조지 클루니와 `럭셔리 걸’ 캐서린 제타존스를 `투 톱’으로 내세운 `참을 수 없는 사랑(원제 Intolerable Cruelty)’이31일 관객을 찾는다.

언뜻 보면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로 짐작하기 쉽지만 할리우드의 이단아 조엘 코언과 에단 코언 형제가 시나리오와 연출을 함께 맡았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범상치 않은 작품임을 눈치챌 수 있다.

여기에 지성파 배우 빌리 밥 손튼과 제프리 러시도 가세해 한바탕 두뇌 게임을 벌여야 할지 모른다는 마음의 준비를 갖게 만든다.

미국 LA의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 마일즈 매시(조지 클루니)는 100%의 승소율을 자랑한다. 그의 앞에 나타난 호적수는 부유하고 멍청한 남자와 결혼한 뒤 이혼 빌미를 잡아 두둑한 위자료를 챙겨온 마릴린 렉스로스(캐서린 제타존스). 이번에도 바람둥이 부동산업자 렉스 렉스로스(에드워드 허만)의 불륜 행각을 포착해 거액을 뜯어내려다가 마일즈의 명 변론으로 한푼도 받지 못한 채 이혼한다.

마일즈는 완벽한 승소로 자신의 명성을 재확인시켰지만 이미 마릴린의 우아하고도 관능적인 매력에 흠뻑 빠진 처지. 그런 그에게 마릴린이 텍사스의 석유재벌 하워드 도일(빌리 밥 손튼)과 결혼하겠다고 나타난다.

그것도 `이혼할 경우 결혼 전의 재산에 관해 일체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영화 속에서는 매시 서약서로 통한다)는 공증을 서달라는 부탁과 함께. 마일즈는 “그러면 이혼할 때 불리하다”고 만류하지만 마릴린은 “이번에는 돈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라며 막무가내다.

그것이 고도의 계산이 깔린 복수극의 서막이라는 사실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서야 깨닫게 된다. 풍부한 법률지식과 유창한 달변을 무기로 삼고 있는 마일즈, 뇌쇄적인 자태와 탁월한 기지로 무장한 마릴린.

둘의 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동안 어느덧 관객도 코언 형제가 쳐놓은 그물에 걸려들어 그들과 결코 이길 수 없는 두뇌 게임을 벌이게 된다. 거듭되는 반전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치면서 전도된 가치관을 비웃는 코언 형제의 특기가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러나 `애리조나 유괴사건’이나 `파고’에서처럼 인간의 허위의식을 통렬히 까발리는 예리함은 줄었다. `허드서커 대리인’이 그랬던 것처럼 할리우드 메이저영화사의 자본이 풍자의 칼날을 무디게 만든 탓일까. 화면 배경이 지나치게 화려해 코언형제의 영화라는 사실을 자칫 깜박하기 일쑤다.

조지 클루니의 다소 경박해 보이는 태도가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그의 골수 팬이라면 `연기 변신’으로 보아줄 만하다. 캐서린 제타존스는 올해 초 `시카고’에서 보여준 것보다 더욱 원숙한 매력을 뽐내면서도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하지는 못했다.

이 영화는 9월 초 베니스 국제영화제 메인 섹션인 `베네치아60’의 비경쟁작으로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0분.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