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식된 도리로서 아버지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란 오직 그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되었기에, 평소에 닭 모가지 한번 비틀어 보지 못한 저였지만 일단 마음을 굳혔더니 어려움 없이 끝낼 수가 있었어요. 하긴 저 혼자라면 엄청난 큰일을 엄두인들 낼 수 있었겠습니까? 백지장도 마주 들어야 가볍다고, 외사촌동생인 부종윤군이 거들어주었기에 거뜬히 해낼 수가 있었던 거예요. 비록 동생뻘이지만 부종윤 군은 저에게 있어 생명의 은인이나 진배없는, 고마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여러 선배님들 앞에 밝혀두는 바입니다”
양윤근은 코를 훌쩍거리며 비통한 심경을 주체할 길이 없었던지, 슬그머니 꼬리 사리듯 입을 다물었다.
잠시 방안에는 슬픔과 아픔과 두려움과 노여움과 안타까움 등, 착잡하게 얽히고 설킨 이상야릇한 난기류가 뽀얀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또 한사람의 김순익, 우리들은 조그마한 방안에서 하늘아래 둘도 없는 거룩한 효자 김순익-양윤근 두 분을 맞이하게 된 이 영광 이 기쁨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격려와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립시다!”
고정관의 제안에 방안의 사람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방안이 떠나갈 정도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감사합니다, 고맘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 선배님들을 만나 뵙게 된 것만으로도 천하를 얻은 것보다 기쁘고, 천군만마 아니 백만대군을 얻은 이상으로 맘 든든합니다. 게다가 축하와 격려까지 해주시니 부끄럽고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지도편달에 힘입어서 보잘것없는 몸이지만, 우리 고장을 위해 몸바쳐 일할 것을 굳게 다짐하겠습니다. 그럼, 아까 김순익 동지가 질문하신 대목에 대해서는 부종운군으로 하여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이, 종운이! 있었던 그대로 보고의 말씀을 드려!”
양윤근은 바통을 동행자인 부종운에게 넘겼다. 모든 시선들이 일제히 부종운의 얼굴위로 쏠렸다.
바통이 넘어오길 눈이 빠지게 기다렸던 듯, 부종운은 군침을 삼키며 들뜬 얼굴로 입술을 가다듬었다.
“제가 말씀드리지요. 전쟁이 끝나고 저희들은 군복을 벗기 바쁘게 환고향을 한 셈이었지요. 해방의 감격과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형이 먼저 얘기를 꺼내더군요. 저도 오래 전부터 똑 같은 생각을 품어왔었기 때문에, 쉽게 의기투합이 된 겁니다.
제1차로 일제앞잡이 김 면장을 타도하자!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 방법이었어요. 당장 다급한대로 그자를 길거리로 끌어내 면민대중들 앞에서 능지처참 식으로 처단하고 싶었지만, 신중하고 치밀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쥐도 새도 모르게 은밀히 해치워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구요. 그 다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쥐, 아닌 인간은 물색해야 했습니다.
심사숙고 끝에, 신출귀몰하는 행동대원으로 신뢰할만한 친척 아이 2명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구요. 카운트다운을 기다렸다가 행동대원들은 복면에다 변장을 하고, 지옥에서 온 악마 저리 가라할 소름끼치는 몰골로, 백귀가 덤벙거리는 자정을 틈타서 기습공격을 퍼부은 셈이에요. 김면장은 ‘아얏’소리 못하고 조용히 저 세상으로 직행한겁니다. 염라대왕도 깜짝 놀랐겠지요? 집안 사람들끼리 ‘이게 웬 개죽음이냐’하고 법석 떨고 있겠지만, 곧 자업자득임을 깨닫게 되겠지요”
부종운은 단숨에 따르르 외듯 코믹한 목소리로 경과보고를 했다.
방안의 사람들은 꿈을 꾼 듯 술에 최한 듯 넋을 잃고 들으면서도, 이따금 고개를 끄덕거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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