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백조’ 청춘사업 시작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0-30 17: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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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한국영화계가 이제는 폭력이나 섹스를 뺀 코미디도 흥행이 된다는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올해 들어 관객 동원에 성공한 `동갑내기 과외하기’, `선생 김봉두’, `싱글즈’, `오! 브라더스’ 등 코미디 흥행작의 면면을 보면 `조폭마누라’나 `가문의 영광’, `색즉시공’이나 `몽정기’ 등 작년과 재작년의 흐름과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위대한 유산’도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조폭’이나 섹스라는 흥행 코드를 중심에 놓지 않고도 고강도 폭소탄을 연방 터뜨린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주인공들이 평범하지 않은 상황과 맞닥뜨리며 해프닝을 벌이니 그 웃음에 공감이 묻어나고, 우스꽝스런 캐릭터에 고학력 실업이라는 사회문제를 살짝 얹어 가벼운 감동마저 안겨준다.

남자 주인공은 명문대 심리학과를 나오고도 빈둥빈둥 노는 창식. 어릴 적부터 친구로 지내온 형수에게 온갖 수모와 구박을 받아가며 꿋꿋이 `백수’의 길을 걷는다.

여자 주인공은 탤런트 선발시험의 단골 낙방생 미영. 우아한 `백조’로 살아가고 싶지만 홀어머니의 비디오 대여점 일을 도우며 연체료를 `삥땅’해 용돈을 마련해야 하는 초라한 신세다.

한 동네에 사는 이들이 자주 마주칠 것은 뻔한 이치. 백수의 `시간 죽이기’에는 비디오와 무협소설이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체료를 둘러싼 실랑이가 거듭되고 급기야 길에서 맞부딪혀 창식이 100원짜리 하나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앙숙이 된다.

그러던 이들 앞에 횡재수가 생긴다. 어느날 밤길에서 함께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는데 이튿날 아침 목격자에게 사례금 500만원을 준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린 것이다. 그러나 그 플래카드는 행운을 담은 두레박이 아니라 악운을 매단 동아줄이었다.

사고를 낸 일당이 목격자의 신고를 막기 위해 플래카드를 내건 뒤 창식과 미영을 납치한 것. 뾰족한 기지와 이렇다할 완력도 없는 데다가 팀워크까지 맞지 않는 `엽기커플’이 과연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위대한 유산’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이번이 불과 세 번째 주연급 영화 출연인 김선아. 7㎏이나 감량하며 `독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한 그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못지않은 귀여움과 `가문의 영광’의 김정은과 맞먹는 능청을 과시했다.

특히 종반부 TV 퀴즈 프로그램 대목에서 보여준 표정과 대사는 압권. 뺀질거리면서도 순수한 캐릭터를 잘 표현해낸 코믹 연기의 달인 임창정이 오히려 눌리는 느낌이다.

중견 탤런트 김수미와 조연 전문배우로 자리를 굳힌 공형진도 제몫을 훌륭히 해냈고 명진행자 임성훈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장면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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