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히 치밀한 직전이었나 보군! 탐정소설을 즐겨 읽었었나? 겉모습은 온순하고 착실해보이지만 과학적인 취향과 소질을 갖고 있는 빈틈없는 머리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니까’
‘쥐도 새도 모르게 그 엄청난 일을 거뜬히 해치우다니, 대담성에 있어서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 아닌가?’ 방안의 모든 사람들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감탄하는 눈빛을 번뜩이기에 바빴다.
그런 와중에서도 몸을 비비꼬며 초조감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김순익-그는 무엇이 뒤틀려서 험상궂은 얼굴로 잔잔한 물 속 같은 방안에 돌멩이를 내던지려는 것일까?
참다못해 윗몸을 들썩거리며 그는 고개를 길게 뽑았다.
영문을 모르는 방안의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며 그의 얼굴위로 날카롭게 시선을 기울였다. 그리고 꿀꺽 소리나게 저마다 군침들을 삼키는 것이었다.
“제가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우리는 한 발짝 늦어버렸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깨달아야겠다는 점입니다. 우리도 진작 손을 썼더라면 남의 경험담이나 들으며 감탄하는 서글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될 것을 정말 얼굴이 뜨거워서 앉아있기가 민망스럽다니까요. 저는 오래 전부터 계획을 세워왔었는데 부득이한 사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요 차일피일 늦추다 여기까지 오고야 말았지 않습니까?”
흥분된 목소리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물론 애교로 받아들이는 아량들을 베푸는 데 인색할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싸잡아 매도하는 불손한 언동 앞에 고정관, 조용석, 이만성, 서병천 등은 어이없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어서,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다.
대꾸라기 보다 달래고 위로할 말을 못 찾고 모두들 멍해있는데, 움츠렸던 어깨를 들썩이며 무게 있게 입을 연 사람, 그는 이만성이었다.
“김순익 동지의 말에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그리고 양동지가 선수를 쳤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인정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만장일치로 환영하며 격려의 박수를 쳤지 않습니까? 하지만 우리가 하자는 일은 공명심이나 경쟁의식을 앞세워야 하는 그런 성질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양형이 해치운 일은 그것대로 특색이 있고, 우리가 치를 일은 다소 시각적으로 늦었다 치더라도 그 나름대로 특성과 특색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저는 알고 있어요.
요컨대 함주에서 있었던 면장타도 사건에 써먹은 수단이나 방법은 두 번 다시 답습해선 안 된다는 얘깁니다. 그것은 1회용으로 족한 작전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거창하게 개발을 들먹일 것도 없이, 민주적이고 대중적인 발상이라면 그것이상의 묘책은 없을 것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여러분! 지금은 묵은 시대가 새시대로 옮겨가고 있는 과도기 아닙니까? 미군정하의 경찰기능이 회복되지 않아서 그렇지,
비명으로 사람이 죽었을 때 다시 말해서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수사당국이 나 몰라라 하고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할 일 아니겠어요? 그래서 명탐정도 속수 무책일 수밖에 없을 정도의 완전범죄를 획책하게 마련이지요. 이번 면장타도사건은 주도면밀하게 꾸며진 보기드믄 사건이어서 우선 마음이 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경찰이 두려워서 1회용 방법을 기피하자는 뜻은 아니에요. 민의(民意) 즉, 하늘의 뜻을 보여주자는 것입니다. 면민 대중이 들고 일어나서 시위를 해야하니까요. 조직·집단의 힘을 과시하는 거지요. 민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나라여서 건너온 주둔군들은 가슴이 섬뜩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만성의 말은 이어져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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