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동안 얼굴에 핏기를 잃고 낭패감에 사로 잡혔던 사람 같지 않게, 김순익의 모습을 일그러진 구석하나 없이 밝고 활달함을 되찾고 있었다. 요술쟁이 깜짝쇼를 벌이듯, 고정관이 불어넣은 입김이 김순익의 모습을 눈 깜짝하는 사이 제자리로 되돌려놓은 때문이었다.
역시 고정관이라는 사람은 웅변의 일인자답게,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데 신출귀몰하는 조화를 부려온 무서운 사람이구나! 혀를 내두르며 맘속으로 감탄들을 하고 있었다.
“관광면장을 타도하는 데 있어서 면민 궐기대회를 열되, 민주적인 방식으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경우 붙박이로 특공대작전을 써야한다 그런 뜻이지요. 요컨대 궐기대회는 입이요 목소리인 셈이고, 특공대 작전은 몸둥이이자 무기의 몫을 지녔다는 얘기가 되겠어요. 그리고 특공대의 총책으로는 김순익 동지가 적임자라고 여겨집니다만...”
고정관은 말끝을 마무리지으면서 김순익을 치켜세웠다. 모두가 공감이 된다고 아낌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선배님!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런 중책을...” 김순익은 이게 웬 떡이냐 싶어 함박만큼 입을 헤 벌린 채, 건성으로 겸손의 뜻 나타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건투를 비네. 자, 우리 만세를 아니 격려의 박수를 치기로 할까요!” 이만성이 서둘러 제안하며 먼저 박수를 치자, 모두 합창이라도 하듯 한꺼번에 박수를 쳤다. 방안에는 삽상한 봄바람이 불며 화기가 훈훈하게 넘쳐흘렀다.
“지금까지 번갈아 들려주신 여러분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보았지만, 어느것 하나 묵살해도 좋을 값싼 의견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지대한 관심사이자 끽긴한 당면과제는 뭐니뭐니 해도 관광면장 타도, 그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관광면장은 일제말기의 면장이 아니고, 미군정 치하 새 시대의 신임(新任)면장이라는 점에서 평가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관광면장 타도는 하나의 관광면에 국한된 과제가 아니고, 제주도 전지역과 연결된 중차대한 과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다음 단추도 제자리에 끼워지듯, 하나의 관광면장 타도가 제주도 전역에 끼치는 영향이야말로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강력한 단결력과 일사불란한 작전, 어느 것 하나에도 소흘 하거나 허술함이 있어서는 무서운 후한을 불러들이게 된다는 이치를, 깨달을 때라고 믿습니다”
조용석의 지론이었다.
“여러 동지들의 열띤 발언에 저는 넋을 잃고 심취해 있었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평소에 선배님들을 존경하고 신뢰해왔습니다만, 오늘 이 자리에서처럼 만족감을 가져보긴 난생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 방안에 모인 분이라야 기껏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수효이지만, 일기당천(一騎當千)이라는 낱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비록 10명 이내이지만, 최소한 30만을 움직일 수 있고. 나아가서 3천만에게 믿음과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백전백승의 개선장군들이 포진해 있다는 사실을 내외에 과시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낄 정도입니다.
관광면장 타도-과소평가해서도 안 되겠지만, 필요이상으로 부담감을 갖는다는 것은 옳지가 않다고 생각됩니다. ‘할계언용우도(割鷄焉用牛刀)라는 말이 까닭 없이 생겨났다고 보지 않습니다. 적당히 시간과 힘을 안배하는 것은 괜찮겠지만,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얘깁니다. 그럼 제 얘긴 이쯤 해두고 잠깐, 5분 정도면 됩니다. 다녀올 데가 있어서...”
서병천은 매우 기분이 좋은 듯 입가에 웃음을 띠우며 휭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어디를 가는 것일까? 방안의 사람들은 담배 꼬나 물고 휴식을 취하면서, 들떴던 기분들을 가라앉히는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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