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된 일탈의 끝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1-05 18: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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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 섹스 없는 사랑 그리고 사랑 없는 섹스 혹은 섹스하는 사랑. 어떤 형태든 섹스와 사랑은 인간이 도대체 알 수 없는 수많은 것 가운데 두 가지임에 분명하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정사’(원제 Intimacy)에서 두 남녀는 사랑 없는 섹스를 먼저 시작한다.

아내와 아이의 곁을 떠나 바텐더로 일하며 혼자 살아가는 제이(마크 라일런스)에게는 수요일 오후마다 찾아오는 여자가 있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필요 없다. 결혼했는지, 직업이 무엇인지도 의미 없는 일. 두 사람은 매주 수요일 같은 시간에 만나 격렬한 ‘정사’를 나눈다.

실패한 음악가이자 쓸쓸한 독신남인 제이의 삶은 잔뜩 웅크려 있다. 그녀와의 정사도 건조한 일상의 일부일 뿐. 하지만 만남이 계속되면서 제이에게는 이 ‘수요일 오후의 여자’에 대한 집착이 생겨난다. 그저 반복되기만 하던 수요일 오후의 정사에 뭔지 모를 ‘의미’가 생겨버린 것. 이제 제이는 그녀의 목요일, 금요일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어김없이 나타나 섹스가 끝나자 급하게 문을 나서는 여자. 제이는 여자의 뒤를 밟기 시작하고 여자를 따라 작은 극장으로 들어서고 그곳에서 아이와 함께 아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려는 한 남자를 만난다.

여자의 이름은 클레어(케리 폭스). 너무나도 헌신적인 남편과 귀엽기만 한 아이의 평범한 엄마다. 작은 극장의 연극 무대에 오르며 배우의 꿈을 키워가는 그녀에게 수요일 오후는 짧은 순간의 일탈일 뿐이다. 하지만, 제이가 수요일 오후라는 시간을 넘어 그녀의 곁을 맴돌자 클레어도 혼란에 빠진다.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여주인공 케리 폭스의 연기에 있다. 뉴질랜드 출신의 이 여배우는 클레어를 인간 특유의 존재감이 넘치는 여성으로 힘있게 그려내며 2001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실제 성행위 논란을 일으킬 만큼 정사 장면은 진하고 사실적으로 연출됐으며 국내 등급 심의에서는 뿌옇게 처리된 화면으로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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