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추억속으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1-06 17:57:38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이진용 ‘open studio’展 무언가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과 기억할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

작가 이진용은 옛것에 대한 남다른 수집광이다.

유럽과 미국, 중국등을 여행하며 수집한 고가구에서 축음기, 미싱, 시계, 고서(古書), 사진기에 이르기까지 그의 스튜디오는 앤티크 소품들로 가득하다.

이진용은 이 소품들을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 폴리코트라는 화학제품을 사용, 진공상태로 가둬 추억의 물건들을 화석(化石)으로 만든다.

서울 평창동 갤러리 세줄에서 열리고 있는 이진용의 ‘Open Studio’전에서 작가는 자신의 스튜디오를 통째로 옮겨놓았다.

옛 물건들이 가득찬 스튜디오에서 그는 두달간 작업을 한다. 스튜디오 한켠에 놓인 100년이 됐다는 영국산 나무 테이블위에 작가는 머리카락 굵기만한 가는 붓으로 레이스 받침과 편지, 시계, 안경, 열쇠를 그렸다. 따사로운 스탠드 불빛아래 지나간 일상의 한 순간을 포착한다.

작가는 “100년이라는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숱한 사연을 만들어냈을까를 생각했다”고 말한다.

현재 전시된 작품은 108점. 그러나 작가가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 작품수는 늘어난다. 갤러리 한 구석에는 틀에 골동품 시계를 넣고 폴리코트를 부은 작품들이 굳어가고 있다.

화석으로 된 장미와 체리, 우표, 포도주, 바이올린, 클라리넷, 열쇠, 시계, 카메라, 축음기, 곤충 등 시간을 봉인하여 앞으로 오랜 기간 남아있을 작품들 속에서 ‘기억’의 의미를 되새긴다.

작가는 “빛바랜 사진이나 소중한 추억의 물건들을 들고와 영원히 남기고 싶다며 작품으로 제작해달라고 주문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작업실을 갖고있는 이진용은 “바닷가 나의 작업실이 가장 편안한 장소”라며 “다른 곳에 가있다가도 이곳으로 돌아오면 기(氣)가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오는 15일까지. 02-391-9171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