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길 물 속이라면 그 깊이를 헤아릴 수도 있으련만, 한 길 사람속은 그 깊이를 재는 잣대가 없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 아니겠는가? 사실 지금은 민족이 해방되었다고는 하지만, 과도기에 지나지 않는다. 수사기곤이 나선다 해도 기대를 걸만한 대상이 못된다.
김대호선생 실종사건이 표면화되었을 경우, 내부에서 빚어진 파벌싸움의 부산물로 비쳐져 지탄과 비난을 받을 수는 있어도, 진상이 밝혀지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윤기자가 B일보에 기사화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자신은 사건현장에 있었던 유일한 목격자임과 동시에 제2의 피해자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양남욱 부위원장의 태도는 달랐다. 그는 ‘건준’ 내부세력의 음모가 빚은 비극적 사태임을 개탄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오진구부장과 윤동성기자를 부랴부랴 한남마을로 급파한 사람도 바로 양 부위원장이었다. 대들보가 내려앉은 ‘건준’을 일으켜 세우고, 악랄한 내부의 적을 몰아내는 것이 초미의 급무(急務)일터인 바 그 일을 완수하려면,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는 길밖에 달리 묘책이 없음을 그는 누누이 역설하곤 했다. 윤기자와 오부장도 공감을 했다.
그러면서도 윤기자는 ‘건준’내부에서 음모를 꾸미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긴 세력의 정체를 밝혀내는 일 또한 끽긴한 당면과제임을 잊지 않았다.
도대체 여객선을 무대로 망망대해 푸른 바다 위에서,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범인들의 정체란 무엇일까? 그때 그 장면을 생각하자, 윤기자는 꿈속에서 아찔함을 맛보았던 기억 외에 현실감 있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없다.
혼자 살아서 돌아오T다는 것이 더욱 꿈 같기만 해서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 장면을 떠올리기가 죽기보다 싫고, 치욕과 분노를 금할 수 없는 것도 그 때 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목숨을 걸고 나서야 한다. 너 살고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범인을 똑 붙잡아야 한다.”
도선마을에서 고정관·조용석·이만성 등을 만나고 제주성내로 되돌아온 윤기자와 오부장은 은밀히 자리를 함께 했다.
두 사람은 실종사건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매우 진지한 자세로 대응책을 논의했다. 서문로터리 근처에 있는 오부장의 집 안방에 단 둘만의 대좌였었다. 술잔을 거울이며 목을 축이자, 가슴속 밑바닥에 가라앉았던 녹슨 얘기들이 거리낌 없이 튀어나오곤 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어서 졸음이 엄습해 왔지만, 두 사람의 눈동자는 샛별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윤기자와 나는 고향이 성안이지만, 김대호선생이 고향은 대정 쪽이지, 산북과 산남의 지방차별이 뿌리 깊은 고질로 되어 왔잖아, 옛날부터…. 그 지방차별의 벽을 허물어야 해. 김대호선생의 출생지는 대정이라 해도 고향은 제주도란 말야. 육지부의 경성이나 어느 곳에 내놔도 자랑스런 인물이지. 선각자요 지도자요 독립투사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실 분 이라구. 제 1차적으로 범죄혐의는 ‘건준’ 내부의 세력싸움인 만큼 반대파에 있겠지만 ‘지역감정’ 문제도 배제될 수는 없다고 봐! 용의자를 추적하는 데 시야를 넓혀야겠지? 그 점 유의해서 힘껏 뛰어보는 게야!”
오진구의 말은 구구절절 옳은 소리였다. 농업학교와 대학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의 가는 길은 똑같다고 볼 수 없어도, 친형제처럼 서로 의지하며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우애 깊게 살아가는 혈육 같은 친구사이였다. 윤기자를 ‘건준’으로 끌어준 사람도 오부장이었고, B일보에 적을 두게 되기까지 밀어준 사람 또한 오부장이었다. 윤기자의 얼굴에 밝은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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